아침을 열며-중국 리원량 의사를 추모하며
아침을 열며-중국 리원량 의사를 추모하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1 16: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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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중국 리원량 의사를 추모하며

‘나는 갑니다. 훈계서 한장 가지고! 1985~2020, 동이 트지 않았지만 나는 갑니다! 가야 할 시간, 나루터는 아직 어둡고, 배웅하는 이 없이 눈가에 눈송이만 떨어집니다. 그립습니다. 눈송이가 눈시울을 적십니다. 캄캄한 밤은 어둡고, 어두움에 집집마다 환하던 등불조차 떠올릴 수 없습니다. 일생 빛을 찾았습니다. 스스로 반짝인다 자랑했습니다. 온힘을 다했지만 등불을 켜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어젯밤 눈바람 무릅쓰고 나를 보러 왔던 여러분! 가족처럼 저를 지키며 밤새 잠 못 이루던 여러분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인간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본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하느님이 나에게 그의 뜻을 백성에게 전하라 하셨습니다.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누군가 나에게 태평한 세상에 소란피우지 말라며, 도시 가득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이 보이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의 안녕을 계속 믿게 하기 위해 나는 단지 마개 닫힌 병처럼 입을 다물었습니다. 선홍색 인장으로 내 말이 모두 동화 속 꿈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왕관을 쓴 치명적인 황후는 반란을 위해 속세에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천하는 다시 북적거렸습니다. 누구도 몰랐습니다. 거대한 비극이 곧 성문을 잠그리라고는. 이후 하늘이 대노하고 산하는 시들고 나는 병들었습니다.(이하생략)’

이 글은 리원량 의사가 세상과 송별하기 직전에 쓴 마지막 글이다.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우리 모두 한번쯤 읽고 마음에 새겼으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도록 가슴이 먹먹하다. 다음 기사에 의하면 리원량 의사는 우한폐렴을 자신이 속해있는 대화방을 통해 최초로 알린 사람이다. 그 알림이 있고 며칠 후 한밤중 경찰에 체포되었고 ‘반성하고 다시는 위법행위하지 않겠다’는 <훈계서>를 쓴 뒤에야 풀려났다. 이후 급격히 그가 말한 대로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사망이 900명을 넘고 확진자 4만여 명, 중태인 4300여 명인 오늘에 이르렀다. 사망자를 비롯 확진자의 수가 실제론 더 많다란 소문도 더 무거워지고 있다.

마치 세월호 탑승객을 충분히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못했던 일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는 것처럼 중국이 왜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꾸 화가 난다. 지금까지도 우한을 폐쇄한 것 외는 확진자 진료에 별다른 성과를 못내고 있는 중국에 화가 난다. 왜 권력은 개인의 진심을 믿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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