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떡국
아침을 열며-떡국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3 16: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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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박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떡국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나는 하얀 가래떡을 둥글고 납작한 모양으로 자르고, 달걀의 하얀색과 노란색을 구분하여 예쁘게 만든 지단을 올린 떡국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나의 옛 기억으로 새해만 되면 우리네 어머니는 하얀색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뽑아 따뜻함을 머금고 있을 때는 꿀이나 조청을 곁들여 설 명절에 먹어 볼 수 있는 최고의 맛난 간식으로 우리에게 주었고, 어느 정도 자르기 좋을 만큼 굳어진 가래떡은 사선으로 둥글고 길게 잘라 설 명절 아침 떡국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차례를 지내나면 먼 길 오신 친척과 가족들이 오기종기 모여 그 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오순도순 나누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 그릇씩 뚝딱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대형 마트에서도 떡국용 떡을 사계절 흔히 볼 수 있지만, 나의 아련한 추억 속에는 어머니께서 가족을 위해 다소곳이 앉아 하얀 가래떡을 한 입 크기로 예쁘게 자르든 모습이 그립고, 그때의 떡국 맛 또한 그립다.

그리운 어머니의 손 떡국 맛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내어도 유형화 할 수 없는 꿈처럼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그 맛을 아직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립고 살가운 어머니의 맛! 해마다 설 명절이면 매번 꾸는 꿈처럼 그 맛이 그리워 흉내를 내어본다. 설날에 떡국을 먹기 시작한 날은 정확히는 모르나 상고시대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음식에서 유래되었고, 명칭 또한 하얀 떡으로 끓인 탕이라고 하여 ‘백탕’ 또는 ‘병탕’으로 불리었다 한다.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는다고 하여 실제 옛 사람들도 나이를 물을 때 ‘병탕을 몇 사발 먹었느냐’ 라고 물어보았다 한다.

또한, 지역별 떡국의 종류도 다르다. 강원도는 만두를 넣어 만든 만두떡국, 충청북도는 미역을 넣어 만든 미역떡국, 충청남도는 구기자와 닭을 넣어 만든 떡국, 경상북도는 굴과 매생이를 넣어 만든 떡국, 경상남도는 굴과 해산물을 넣어 만든 떡국, 전라북도는 두부를 넣어 만든 떡국, 전라남도는 꿩을 넣어 만든 떡국으로 각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 설 명절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래떡과 떡국용 떡은 어떤 그릇에 담겨도, 어떠한 요리로 바뀌어도 뽀얀 색을 드러내며 잘도 어울린다. 가래떡의 경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간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떡볶이로도 사랑을 받고 있고, 떡국용 떡은 라면에 넣어먹으면 새로운 메뉴 떡라면으로 재탄생되어 우리 곁에 선물 같은 음식으로 남아있다.

설에 먹는 떡국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의미도 들어 있다. 가래떡 모양에는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의미, 길고 쭉쭉 늘어나는 모양처럼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 하얀 떡의 색은 깨끗하고 밝음을 상징하는 의미, 그리고 둥근모양은 엽전과 같아 돈도 많이 벌라는 의미로 이 모두가 후손들이 부자로 평안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우리 선조들의 염원이 담긴 음식임에 틀림이 없다.

2020년 한해도 여느 때와 같이 곱고 하얀 얼굴빛을 보여주는 떡국의 의미처럼 좋은 일 많은 한해가 되도록 인사를 드려본다. 여러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 성취하는 한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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