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남부내륙철도 ‘노선싸움’ 할 때 아니다
강남훈 칼럼-남부내륙철도 ‘노선싸움’ 할 때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3 17:4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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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남부내륙철도 ‘노선싸움’할 때 아니다

경남도내 일선 시군들이 남부내륙철도 노선을 둘러싸고 연일 치고 받고 있다. 한쪽이 “이쪽으로…”라고 들고나오면, 다른 한쪽은 “턱도 없는 소리…”라고 반박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여념이 없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치 단체 간 기(氣) 싸움에, 충성(忠誠) 경쟁까지 벌이는 모양새다. 여기다 국회의원, 총선 출마 예정자, 기초, 광역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간 남부내륙철도가 착공도 하기 전에 ‘탈선(脫線)’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남부내륙철도는 350만 경남도민들이 50여년을 넘게 기다려온 오랜 숙원 사업이다. 지난 1966년 김삼선(김천~삼천포) 철도 기공식까지 있었으나 IBRD(국제부흥개발은행)의 회의적인 경제성 평가와 재원조달 등의 문제로 중단됐고,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2016년 제3차 계획에도 반영됐지만, 2014년 국가재정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어 2017년 5월 민간이 제안한 사업계획의 민자 적격성 조사도 무위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 1월29일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발표로 남부내륙철도(경북 김천~경남 진주~고성~통영~거제 172㎞, 4조7000억 투입)는 예타 면제라는 큰 벽을 넘었고 오는 2022년 첫 삽을 뜨기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선논쟁의 발단은 창원시가 지난해 말 노선변경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내면서부터. 남부내륙철도는 기존 계획대로라면 김천~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를 거친다. 진주를 통과하는 이 구간은 서부경남 쪽으로 치우쳐 약간 구부러진 형태다. 이에 따라 창원시는 김천~합천~함안 군북~고성~통영~거제 구간으로 노선을 바꾸는 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렇게 노선을 바꾸면 기존 안보다 길이 10㎞, 공사비 2000억원 가량을 줄일 수 있고, 운행 시간도 단축시켜 경남 중·동부권 이용객이 늘어나는 등 남부내륙철도 수혜 폭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진주를 지나지 않는 문제는 기존 경전선이 지나는 함안 군북에서 복합열차를 운행하면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주시는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노선이든 그 무엇이든 창원시가 어떤 요구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서부경남 지역민의 꿈과 희망, 염원이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 도지사, 진주시장 공약사업으로 채택돼 성사된 사업에 창원시가 뒤늦게 끼어들어 노선변경을 주장하는 것은 도민화합을 해치고, 시·군간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로 “수부도시 다운 행동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여기다 고성·통영·거제 등 서부경남권의 다른 시군들도 창원시의 노선변경은 조기 착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에도 맞지 않는 발상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자 경남도는 중재에 나섰다. 창원시와 진주시 관계자를 불러 “조기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고, 양시의 관계자도 남부내륙철도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는 주장은 서로 자제키로 합의했다. 인근 지자체 단체장도 “노선 갈등을 멈추고 조기 착공을 위해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하지만 도가 중재에 나선지 하루 만에 노선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진주시가 서부경남 인근 지자체와 시·군 협의회를 구성하고 창원시의 노선변경 철회를 요구하자, 창원시도 “진주시가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남부내륙철도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경남을 균형 발전시키고, 천혜의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때문에 ‘우리지역을 거쳐 가야한다’, ‘절대 안 된다.’라는 등의 소모적인 ‘노선싸움’을 벌일 사업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차질 없이 하루라도 빨리 착공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과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할 때다.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궤도(軌道)를 이탈하게 되면 도민만 피해자가 된다. 그럼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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