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불가의 육식 금지
진주성-불가의 육식 금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6 15: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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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불가의 육식 금지

지난 설 명절에 한 정당의 대표 명의로 조계종에 육포가 배달돼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원칙적으로 육식을 금하는 조계종에 육포, 그러니까 말린 고기가 선물로 온 건데 선물을 받은 조계종 내부를 당혹스럽게 했다. 곧바로 육포를 회수하기는 했지만,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 대표가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조계종 육포 사건’으로 불리는 이 일은 설 명절 이후에도 한동안 불교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불가에서 육식을 금기하는 요인으로는 불살생계와 불성사상을 꼽는다. 불살생계는 ‘산 것을 몸소 죽여서는 아니 된다.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아니 된다. 또 남이 죽이는 것을 보고도 묵인해서도 아니 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또한 대승의 ‘열반경’에서는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 하여, 동물을 포함한 모든 중생은 각자 부처가 될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주장이 살생은 물론 엄격한 육식금지 사상으로 전개된 것이다.

불가에서는 왜 육식을 금기시하는 것일까. 고기는 불교에서 수행자에게 금지한 대표적 음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초기불교 시대부터 육식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이 시대에는 수행자가 육식을 했다고 한다. 다만 초기불교 당시에도 사람, 코끼리, 말, 개, 뱀, 사자, 호랑이, 표범, 곰, 하이에나 등 10가지 동물은 식용이 금지됐다고 한다. 부처님은 생존 시에 다만 자신을 위해 죽이는 것을 보거나, 죽였다는 소리를 듣거나, 그런 의심이 가지 않는 것은 먹어도 좋다고 하셨다. 즉, 위의 세 가지에 위배되지 않는 삼종정육(三種淨肉)은 식육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은 “욕망을 억제하지 않고 맛있는 것을 탐하며, 훔치고 거짓말하는 일, 험담하고 이간질하며, 인색해서 남과 나누지 않는 일 등, 이런 것이 비린 것이지 육식이 비린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식육에 대한 전면적 금지는 대승불교에 와서 이뤄졌다. 대승불교 경전인 ‘열반경’은 어떤 종류의 고기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육식을 엄격하게 금하는 대승 경전들은 그 이유로 육식이 보살의 자비로운 본성을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능가경’은 육식의 폐해를 열거하기도 한다.

과거에야 먹을 고기가 없어서 고기를 먹지 못했지만 요즘에는 모두들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욕심내서 고기를 먹지 말라. 육식을 멀리 하면 평화로운 마음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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