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효행이 존중받는 사회
칼럼-효행이 존중받는 사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7 13:3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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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효행이 존중받는 사회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우리는 부모로부터 막중한 은혜를 입었다. 그러하니 자식은 도리를 다해 부모를 모시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효 사상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효 사상이 땅에 떨어졌다. 더구나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너무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억울하고 비참한 심정을 억제하지 못한 일부 부모들이 아들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2005년부터 매월 한 건씩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 사회가 너무나 참혹함으로 치닫고 있다. 때론 마주치는 젊은이들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저런 눈빛을 느낄 수 없었는데 왜 저런 눈빛들이 많아 졌을까? 학교에서는 효 사상을 유린하고 방치하고 있다. 과연 이런 사회가 인류의 미래에 무슨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금학교에서는 끝없는 경쟁만 강조하고 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걸식을 하기 위해 성(城)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 어느 길거리에서 걸식을 하는 노인을 발견하였다. 행색을 보니 비록 낡고 더러워지긴 했지만 고급 옷을 입고 있었다. 미루어 짐작하면 애초부터 거지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노인에게 어쩌다 문전걸식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노인이 대답했다. “저는 일찍이 아들 하나을 두어 금지옥엽으로 키워 결혼까지 시킨 후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나니 자식이 배신을 하여 집에서 쫓겨나게 되어 걸식으로 연명하게 되었습니다”부처님께서는 그 노인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며 “내가 그대에게 게송(偈頌)을 하나 지어줄 테니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낭송하시기 바랍니다”라며 게송을 읊으셨습니다. “아들을 낳았다고 기뻐했고 그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재산도 열심히 모았으나, 아들을 결혼시킨 다음 나는 집에서 쫓겨났네. 어떤 부랑한 아들이 늙은 아비를 등지고 버렸으니 얼굴은 비록 사람이나 그 마음은 나찰(羅刹, 사람을 잡아먹는 악귀)과 같네. 늙은 말은 쓸데없다 하여 보리껍질 먹이까지 빼앗겼으니 힘없이 쫓겨난 늙은 아비는 거리를 떠돌며 걸식을 하네. 이제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늙은 나에게는 아들보다 지팡이가 더 나으니 아들이 귀하다고 사랑만 할 것이 아니네. 구부러진 지팡이는 소나 개를 쫓아 주고 험한 길에서는 의지처가 되어 주며 가시덤불을 헤쳐 가게 해 주니 나쁜 아들보다는 차라리 지팡이가 났네”

늙고 병들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법. 따라서 세월이 가면 누구나 마음이 한없이 약해지고 생각이 여려져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섭섭한 일도 많이 당하고 상처도 받게 된다.

이 게송에는 부처님의 다섯 가지 소망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첫째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쫓겨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둘째 아들이 늙은 부모를 쫓아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셋째 늙은 부모가 문전걸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넷째 자식이 늙은 부모의 의지처가 되어 주어야 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자식이 늙은 부모에게 지팡이만도 못한 존재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까닭에 아들을 사회에 고발하셨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세상에 다시는 없기를 소망하셨던 것이다. 즉 부처님께서는 불효자가 없는 사회, 불행한 부모가 없는 사회를 소망하셨던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달라져도 부모와 자식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할 수는 없는 것이며 변해서도 안 된다. 효도는 모든 사람이 희구하는 삶의 조건이며 가치가 되어야 한다.

공자 곁에 증자라는 제자가 있었다. 증자는 비록 영특하지 못했지만 남다른 노력과 실천으로 학문을 닦았고 수양을 쌓아갔다. 그 결과 그는 공자의 십대 제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효경>을 지어 유교가 효 사상을 근본으로 삼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사소한 잘못이 있어도 매를 때렸던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거문고를 뜯으며 아버지의 마음을 편하게 해 드렸다. 자식으로부터 홀대받거나 버림받기를 원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효자이기를 바랄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효도하는 것을 그 자식(손자·손녀)이 나중에 따라하게 된다는 점을 깊이 명심했으면 한다. 그래야 불효자가 없고 불행한 부모가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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