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장시광 교수 한글고전 쌍천기봉 아홉 권 완역
경상대 장시광 교수 한글고전 쌍천기봉 아홉 권 완역
  • 김태훈기자
  • 승인 2020.02.17 16:00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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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부터 27개월간 공들여
▲ 장시광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립 경상대학교는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장시광 교수가 한글 고전 대하소설인 ‘쌍천기봉’(한국학술정보 간, 전 9권)을 완역해 출간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에 첫 권을 발간한 이후 2020년 2월에 마지막 권을 낸 것이다. 책은 각 권당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앞부분에는 현대어역을 제시하고 어려운 어휘에는 주석을 달았고, 뒷부분에는 소설 원문을 제시하고 모든 한자어에는 한자를 병기하고 주석을 달았다. 일반 독자와 연구자 모두에게 필요한 번역서를 제공하려는 역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

쌍천기봉은 ‘두 팔찌의 기이한 만남’이라는 뜻으로, 주인공 남녀가 두 팔찌를 매개로 인연을 맺는다는 데서 연유한 제목이다. 작가 미상이고 창작 연대는 18세기로 추정된다. 그 내용은 부부 갈등, 처첩 갈등이 핵심이고 여기에 중국 명나라 초기의 역사가 곁들여 등장해 흥미를 제공한다.

소설은 이현, 이관성, 이몽현, 이몽창 등 이씨 집안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형상화하였다. 역사적 사건을 작품의 앞과 뒤에 배치하고 중간에 이들 인물들의 혼인담 및 부부 갈등·부자 갈등·처첩 갈등 등 한 가문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갈등을 소재로 서사를 구성했다.

유교 이념인 충과 효가 전면에 부각되고 사대부 위주의 신분의식이 드러나 있으면서도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작품에는 봉건과 진보의 팽팽한 길항관계가 형성된다.

허구적 인물들의 서사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그들의 성격·행위를 실제의 역사적 사건들과 연결지어 양자가 자연스레 녹아든다. 윤리를 체화한 딱딱한 인물이 아닌, 발랄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의 존재는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열렬한 지향과 인간의 개성을 억압하는 봉건적 도덕관념에 대한 반항의 정신을 부각시킨다.

쌍천기봉

 

장시광 교수는 ‘쌍천기봉’을 번역하려고 생각한 것은 박사과정 때인 1998년 무렵이었다고 밝혔다. ‘낙선재’(1847년에 지어진 창덕궁의 건물)에 소장된 다수의 대하소설이 1969년에 정병욱 교수에 의해 소개되었으나 당시까지 간헐적인 연구만 있었을 뿐 번역서가 단 한 편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장시광 교수는 석사학위논문의 대상 자료이던 ‘쌍천기봉’을 번역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장시광 교수는 “조선시대 당시에 대하소설은 사대부가 여성들에게 지금의 드라마와 같은 존재였다”면서 “이를 현대적으로 콘텐츠화할 여지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 대하소설의 번역본이 몇 편 나와 있는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쌍천기봉의 후편인 이씨세대록의 출간 계약을 이미 완료했다”고 말했다.

장시광 교수는 서울대에서 고전소설에 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강사, 아주대 강의교수 등을 거쳐 현재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경상대학교 여성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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