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뭉친 보수 ‘도로 새누리’ 극복 관건
3년만에 다시 뭉친 보수 ‘도로 새누리’ 극복 관건
  • 연합뉴스
  • 승인 2020.02.17 18:24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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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과거’ 묻으려 ‘미래통합당’ 출범…‘재건 3원칙’ 구체화 주목
프레임 극복 과제…태극기 세력 손잡을지 관심
▲ 중도·보수 세력을 통합한 미래통합당 출범식 이 열린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명인 '미래통합당'을 공개하고 있다.

보수진영이 17일 ‘미래통합당’ 간판으로 뭉쳤다. 58일 남은 4·15 총선 판세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각 세력이 통합의 시늉만 내다 그칠 것이라던 부정적 관측을 극복하고 통합당을 띄운 것 자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분열은 필패'라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와 유승민 의원의 ‘불출마’가 구심력을 만들어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모두 ‘미래’를 당명에 넣었다. 미래세대인 청년층을 지향점으로 삼으면서, 탄핵이라는 ‘아픈 과거’를 묻고 가자는 의미도 담았다.

보수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2016년 12월 9일) 이후 산산조각이 났다. 탄핵에 찬성 표결한 당시 새누리당 의원 중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집단 탈당했고 ‘탄핵 무효’를 주장한 이들은 ‘태극기 세력’으로 갈라졌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하며 ‘지리멸렬’에 빠진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의 후신),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의 ‘개혁보수’ 실험이 연거푸 실패한 새로운보수당이 3년 2개월 만에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물론 옛 한국당·새보수당이 이날 출범한 통합당의 전부는 아니다. 원내정당인 자유를향한전진4.0(전진당), 재야에 포진한 옛 친이(친이명박)계와 옛 안철수계, 그리고 통합의 촉매 역할을 했던 시민·청년단체들도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통합당의 큰 비중이 한국당과 새보수당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이번 통합이 결국 ‘도로 새누리당’ 아니냐는 프레임을 깨야 하는 최대 난제를 출범하자마자 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유 의원의 ‘보수 재건 3원칙’은 이같은 통합당의 당면 과제를 내다보고 던진 화두였다. 탄핵의 강을 건너 새 집에서 제대로 된 개혁보수를 하지 않는다면, 통합당은 도로 새누리당이 되고 만다는 의미에서다.

황 대표는 ‘통합 플랫폼’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의 ‘6원칙’에 담긴 3원칙을 간접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유 의원이 “3원칙을 지키겠다는 약속, 믿어보겠다”고 인정하면서 통합은 성사됐지만, 그의 잠행은 길어지는 분위기다.

통합당이 옛 한국당 지지세력만에 기대선 이번 총선, 특히 수도권 선거는 여전히 비관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리적 통합을 넘어 유 의원의 정치적 상징성이 필요한 이유다.

개혁공천을 위해 새보수당은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천명한 터다. 일단 한국당 공관위는 통합당 공관위로 그대로 승계됐다. 공관위의 개혁공천이 첫 시험대인 셈이다.

인적쇄신의 불은 댕겨졌다. 공관위의 공천 신청자 면접이 진행되자 한동안 잠잠하던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김성태(3선), 16일 박인숙(재선) 등 수도권에 이어 이날 부산·경남(PK)의 정갑윤(5선)·유기준(4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통합당이 태극기 세력에 어떻게 접근할지도 관심사다. 이들은 탄핵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뚜렷한 지지층이 있지만, 이들과 무조건 손을 잡는다고 '덧셈'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통합당이 자체적인 ‘도로 새누리당’ 문제를 뛰어넘고, 태극기 세력과의 문제를 정리하고 나면 총선 승리를 위해 남은 과제는 '중원 쟁탈전'이 될 전망이다. 맞은편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통합당 내부에선 중도층이 점차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만 18세 이상 1천1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중도층에서 여당 승리(39%)보다 야당 승리(50%)가 많았는데, 이는 지난달(52%·37%)과 비교해 반전된 결과였다.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통합당이 중도를 잡을 수 있는 환경은 됐다”며 “유승민의 이미지로 중도 진영까지 호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중도층의 표심은 양쪽으로 흐르면서 바둑에서처럼 중앙 지대가 잠식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게 일반적인 총선 구도였다. 중도를 표방한 국민의당(가칭)이 걸어갈 길이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 맞닿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이 틈을 비집고 독자노선을 완주할지, 안 위원장의 합류 또는 선거연대를 끌어낼지도 통합당의 총선 승패를 좌우할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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