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완전연소
아침을 열며-완전연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18 15: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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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완전연소

자동차 연료가 불완전 연소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자동차라는 기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고 매연의 고농도 생산으로 공기를 오염시킨다. 반면에 자동차 연료뿐 아니라 에너지원의 완전연소는 에너지 생산이 최고에 달해 사람에게 좋고 환경도 활발하게 된다. 모락모락 연기도 없이 타올라 재가 되는 모닥불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어머니는 완전연소 하셨다. 완전소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하다가 완전연소가 맞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왠지 완전소진이라고 하면 일면 수동적인 뜻으로 이해되는 반면 완전연소라고 하면 아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그 뜻이 다가온다. 스스로 몸을 활활 태워 끝까지 다사다난한 인생의 사명을 다 한다는 의미라면 아무래도 후자가 적격이다.

바로 일주일 전에 어머니가 장기간 계신 요양병원이 있는 경남 진해로 갔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를 못하고 경기도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니 이번 주말엔 진주에 계신 시인언니를 뵙기로 하고 토요일 아침 일찍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막 승차장으로 나가려하는데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전언을 들었다. 공교로움에 실감 없이 잠시 당황했었다.

당황을 수습하고 진주행 버스표를 물리고 도로 집으로 돌아가 일차 대성통곡을 풀어서 식구들에게 초상을 알리고 서둘러 준비해서 진해로 갔고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이차 대성통곡을 풀어헤쳤다. 향년 84세. 그러나 영정 속 어머니는 40대 초반으로 고운 모습이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순한 눈매엔 총기가 총총했다. 아무튼, 어머니는 영정이었다.

임종을 못한 게 마음이 짠했는데 입관식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입관식장 문을 들어서기 전에만 해도 혹시 기억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고 될 것이 사뭇 걱정됐는데 전혀 기우였다. 어머니는 생시와 똑 같은 모습이었다. 흰 살갗이며 하얀 솜을 물어서 입매도 단아했다. 몇 달 전에 뵀을 때보다 외려 고운 모습이었다.

어머니의 노르스름한 얼굴을 만지며 참으로 자그마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발 역시 저승길 갈 양말을 신었음에도 너무도 작았다. 수의의 화려한 날개로 감싸진 몸피도 살집 한 점 없다는 게 느껴졌다. 가만히 어머니 발을 손으로 감싸 쥐며 완전연소라는 말이 생각났다. 살점 한 점, 피 한 방울마저 다 할 때까지 끝까지 주어진 삶을 살아냈다.

수의의 화려한 날개를 흔들며 금방 날아오르기라도 할 것 같은 가벼움이 진정 장하고 위대했다. 어머니, 님이 하신 듯 삶을 활활 태워 살점 한 점까지 완전연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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