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홍준표의 선택
강남훈 칼럼-홍준표의 선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20 17: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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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홍준표의 선택

4·15 총선 50여일을 앞두고 여야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은 물론 공천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략공천지역, 경선지역 등을 속속 발표했다. 20일에는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총선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투톱체제로 총선을 지휘하고 경남 김두관 의원, 부산 김영춘 의원 등을 권역별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보수분열 3년만인 지난 17일 미래통합당을 출범시킨 야당은 이번 총선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고, 사활을 걸고 준비 중인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한 공천자를 일부 발표했다. 황교안(종로)-오세훈(광진을)-나경원(동작을)으로 구성된 ‘삼각편대’틀을 구축하고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 전진 배치할 계획이다. 여야의 총선을 향한 소리 없는 총성이 울린 셈이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지역은 여야 대권주자들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곳이다. ‘정치1번지’ 서울 종로는 ‘이낙연 대 황교안’의 빅 매치가 무산되는 듯 했으나 지난 8일 황 대표가 전격 출마를 선언하면서 성사됐다. ‘수도권 험지출마’를 공언한지 한 달이 넘도록 주저하고 있던 황 대표는 ‘한강벨트’ 사수를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종로를 선택했다. 때문에 종로는 전직 총리 출신에다 여야를 대표하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결로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그의 선택을 두고 “비록 위험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야당대표 다운 결단이다”며 “삭발과 단식을 이어가던 황 대표의 리더십이 이번 선택으로 새롭게 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 곳의 격전지는 ‘낙동강 벨트’의 중심지역인 경남 양산 을(乙)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곳에 경남지사 출신으로 지난 총선에서 경기 김포 갑(甲)에서 당선된 김두관 의원을 전격 투입했다. ‘다소 흔들리고 있다’고 판단한 당 지도부는 PK지역 영토 확장을 위해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것이다. 통합당은 홍준표 전 대표를 고려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0일 오후 당 공관위에 참석해 공천 면접을 봤다. 그의 공천이 이루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私邸)가 있는 양산 을에서 PK를 대표하는 여야 대권주자인 ‘김두관 대 홍준표’의 맞대결이 성사되게 된다.

당 지도부의 수도권 험지출마 요청을 거절하고 ‘고향 출마’를 위해 지난 3일 밀양으로 이사해 총선 준비에 나섰던 홍 전 대표가 양산 을로 방향을 틀은 것은 당 공관위의 끈질긴 설득 끝에 내린 결정이라 볼 수 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 9일 밀양을 전격 방문해 그에게 서울 강북출마를 강력히 요청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을 위해 25년간 할 만큼 했다”며 “이젠 그만 놓아주시기 바란다”고 완곡히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숙고 끝에 양산을 출마를 희망했다. 그는 “수도권 못지않게 경남에도 험지가 있다.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가 있는 김해을, 근로자의 지역구인 창원 성산구가 경남의 대표적인 험지이다”고 설명했다.

양산 을로 방향을 선회한 뒤 그는 “태어난 고향을 떠나게 되어 아쉽지만 부·울·경 40석 전체를 석권할 수 있는 요충지인 문 정권 성지 양산에서 ‘양산대전’을 통해 미래통합당의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며 “경남 전체가 내 고향이니 다시 뛰는 내 고향 양산으로 만드는데 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PK수비대장’을 자처했다. 그는 또 “패악(悖惡)스런 문 정권과 센 말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제부터는 좀 더 세련되게 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정치적 고비마다 ‘선택’을 해 왔다. 19대 총선(서울 동대문을)에서 패한 뒤 그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뛰어들어 ‘열세’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승리해 재선 경남도지사의 발판을 구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2017년에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보수 재건이라도 해야 되겠다’는 심정으로 대선에 나섰다. 이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야당 대표에 도전, 뜻을 이루었지만 ‘참패’를 막지 못해 쓸쓸히 퇴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다시 ‘정치적 선택’을 했다. 경남 험지 출격을 준비 중인 그의 선택이 ‘꽃신을 신은 양지’가 될지, ‘짚신을 신은 사지’가 될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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