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노납이 장학금을 주는 이유
진주성-노납이 장학금을 주는 이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23 16:0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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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노납이 장학금을 주는 이유

우리는 평소에 ‘가난은 불행이 아니다. 다만 불편할 따름이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가난이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삼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지만 진짜로 가난한 사람에게 이 말이 얼마나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실제 지독한 가난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막연하게 가난이 불편할 따름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일부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가난을 숙명으로 알고 살았다. 오죽하면 한끼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집이 한집 건너 한집일 정도였을까. 보릿고개라는 말도 지독한 가난 때문에 생긴 말이다. 오래전 일이 아니더라도 불과 40~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대부분의 서민들은 지독한 가난을 이고 살았다. 이처럼 가난은 우리에게 숙명과도 같이 따라 붙어서 우리의 삶을 괴롭혔던 것이다.

돈이 없다보니 학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렇게 우리의 형과 누나들은 학교 대신 대도시의 공장으로 취업을 하거나 기술을 배우게 됐다. 이러한 형과 누나들의 희생이 오늘날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대열로 인도하게 된 것이다. 지금 어르신들은 배고픔을 참으며 궂은일과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은 덕분으로 오늘날 경제부국을 이룬 것이다.

지금이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을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대학을 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세월이 흘러 송아지를 팔아 등록금을 대어 어렵사리 대학을 가던 시절로 바뀌었고 지금은 거의가 원하면 대학을 가게 된다. 본인의 특기나 기술을 배우기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사회 한 곳에서는 돈이 없어서 대학진학을 주저하거나 대학에 갔더라도 학비마련이 어려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이 제법 있다. 이에 노납은 지난 1999년부터 올해까지 22년째 지역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금을 전하고 있다. 올해도 1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청소년들에게 직접 전달을 하지 못하고 통장으로 입금을 해주게 된다. 노납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은 사찰도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짊어져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과 청소년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다.

장학금은 사찰에 들어오는 수입 가운데 경비를 아껴 모은 돈에 불국정토회와 신도회에서 직접 만든 생강차를 판매한 돈으로 만들어 지는데 신도들에게 늘 감사할 따름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들이 노납의 작은 정성으로 용기와 희망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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