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위기의 지방대학
시론-위기의 지방대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23 16:0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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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위기의 지방대학

70년대에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분교로 전환되더니 1995년에는 폐교되고 운동장에 잡풀만 무성하다. 80년대에 다녔던 중학교는 학 학년이 4개반 250여명 이었지만 지금은 전교생이 35명밖에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는 한학년이 10개 반 600여명이었으나 지금은 전교생이 600명 수준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서부경남 오지에 위치한 학교라 그렇다손 치더라도 시단위에 소재한 고등학교도 40년만에 학생 수가 반 이하로 줄었다.

초, 중·고등학교의 위기는 곧 대학의 위기이다. 전교생이 14명밖에 되지 않아 폐교위기에 몰린 농촌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에게 매년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가족에게는 빈집을 제공해 주며 희망하는 경우 일자리까지 알선해 주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15명이 새로 전입하여 폐교의 위기를 넘겼다. 학교와 동창회, 군청 등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올해 대입자원은 47만여 명인데 비해 대입정원은 49만여명으로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대입자원이 2만여명이 많다. 대학의 입학정원이 현상태를 유지한다면 대학정원이 2021학년도에는 6만 명, 2024년에는 12만 명이 초과된다.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는 30만 명이며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38년에는 21만 명이 초과된다. 지금의 저출산, 고령화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산술적으로 향후 18년 후에는 현재 대학의 절반정도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학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Frey)는 앞으로 10년간 전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토머스 프레이가 대학의 미래에 대해서 진단한 것은 학령기 인구 감소때문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대학의 기능이 쇠퇴하고 새로운 교육방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존의 대학들은 많은 부분 기능을 상실하는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토마스 프레이가 예견한 미래 사회의 변화에 따른 위기에 급격한 학령기 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까지 겹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교육부에서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 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등 정량지표를 대학의 주요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수도권의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학생유치를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신입생 충원을 하지 못하는 대학은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시련이 예상된다. 그러다 보니 각 대학간에는 ‘학생 모시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결국 대입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미충원대학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에 있는 전문대학은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대입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면 대체자원을 찾아야 한다. 그 하나는 외국의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동남아 지역 유학생의 경우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할 수 있는 도시의 대학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 한국에서 취업을 원하지만 현행 제도하에서 전문대학 졸업자에게는 취업비자 발급이 제한되어 그것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유학생의 집단 이탈로 인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다행히도 K-Pop, K-Food의 유행과 함께 최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개부분 수상으로 인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외국 유학생 유치에 긍적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외국의 유학생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학과들이 많다. 이제는 눈을 세계로 돌려야할 시점이 되었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고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전략을 잘 세우고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대안은 성인학습자 발굴이다.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함께 지식의 순환주기가 짧아졌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도 2030년에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평생 8~10개의 직업을 바꿔가며 일하게 될 것이며 대학의 학위가 “신분의 상징”이였던 시대, 명문대 학위 하나로 평생을 먹고살던 시대는 가고 끊임없는 재교육을 통해 변화된 환경에 맞는 기술재교육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재교육이 필요한 산업체 근로자, 경력단절자, 은퇴자, 귀농귀촌자 등이 대학의 새로운 고객이 될 수 있다. 성인학습자를 대학의 새로운 자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 조건들이 시행되어야 한다, 이들에게 2년이상의 정규과정을 이수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3개월, 6개월, 1년 등 다양하게 교육과정을 개설 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학점은행제를 도입하여학점을 적립하고 일정 요건이 되면 학위를 주는 제도도 도입해야한다.

교육부에서도 전문대학을 평생직업전문기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그러나 급속도로 변화는 교육시장의 흐름에 맞춰 빠른 후속조치를 통해 실행방안을 내놓아야 위기에 빠진 대학이 그나마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것이다. 곧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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