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장터목대피소 불…산행 온 소방관 주도로 초기진화
지리산 장터목대피소 불…산행 온 소방관 주도로 초기진화
  • 박철기자
  • 승인 2020.02.23 17:07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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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보일러 과열로 화재…대구 정재욱 소방관 등 협력해 대형사고 막아
▲ 19일 밤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에서 발생한 화재를 적극적 대처로 초기진화한 대구동부소방서 119구조대 정재욱 소방위. 사진/함양소방서

지리산국립공원 장터목대피소에 불이 났으나 아들과 함께 산행 온 소방관 등의 적극적인 초기진화로 대형사고를 막았다.


함양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7시께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 속에 장터목대피소에서 보일러 연통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대피소 건물 지붕을 타고 번지는 상태였으나 한 소방관과 국립공원공단 직원 등에 의해 자체 진화됐다. 당시 대피소엔 탐방객 51명과 공단 직원 등이 다수 있어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비번이던 대구동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장 정재욱 소방위(45)는 아들(13)과 함께 대피소에 머물고 있었다. 화재를 목격한 정 소방관은 지체없이 대피소 소화기 30여대를 사용해 초기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길이 사그라들지 않자 대피소 직원들이 연결한 물호스를 이용해 40여분간 진화를 시도했다.

정 소방관은 불길이 사그라들 때쯤 지붕을 뜯어내고 최종 발화지점까지 확인·제거했다. 당시 현장은 야간인데다 판넬지붕에 눈이 쌓여 미끄럽고 호스에 연결된 펌프 작동이 여의치 않은 등 악조건이라 초기 진화가 어려웠다. 자칫 골든타임을 놓쳐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화재가 진압되고 탐방객들은 혹한 속에 난방장치가 고장난 채로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는 건 무리라며 하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눈쌓인 겨울철 야간 산행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던 정 소방관은 “조난 등 2차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대피소에 있는 종이박스와 석유스토브, 개인침낭 등을 활용해 대피소 내에서 밤을 지새는 게 더 안전하다”고 권유했다. 대피소 측엔 화재 재발에 대비해 불침번을 세워 달라 요청했다.

정 소방관은 “비번날 산행 중 화재를 보고 본능적으로 뛰어들게 됐다”며 “인명피해를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무도 다치치 않고 무사히 화재를 진압한 것에 만족한다.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정 소방관은 1급 인명구조사, MASTER다이버 등 다수의 인명 구조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베테랑 구조대원이다. 지난해 4월엔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4회 KBS119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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