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내세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했는가?
칼럼-내세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했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24 16:2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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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내세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했는가?

내세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서로 수천 년 동안 끔찍한 전쟁을 벌여온 이유는 무엇인가? 세상의 범죄를 억제하는 것은 내세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현세의 법률 ‧ 관습 ‧ 문화 ‧ 양심이다. 세상의 전쟁을 억제하는 것은 힘의 우열과 손익계산과 보복의 위험이다. 내세는 죽은 다음에 올 일이요 신의 응징은 언제 올지 모르는 일이니, 둘 다 더디고 기약 없는 일이다. 종교인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현세의 국제정치적인 구도나 개인의 세속적인 철학과 이익추구 때문이었으며, 내세에 대한 믿음은 전쟁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보면 종교인들이 전쟁을 더 즐겼다는 증거도 있다.

즉 신의 이름으로 전쟁을 벌였다. 유럽기독교인들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만들었고 남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그들은 이들의 창조를 하나님의 실수라고까지 믿었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탐욕, 특히 집단적인 탐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지금 유럽이 역사상 최장기간인 근 70년간의 평화를 누리는 것은 내세에 대한 믿음 덕이 아니다. 유럽공동체(EU)라는, 종교가 멸시해온 ‘돈’이 엮은 ‘경제적 결속’이 낳은 평화이다.

현재 유럽인 중 무신론자 비율은 역사상 최고수준이다. 역사적으로 종교 인구수와 평화는 반비례한다. 내세를,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2000년 동안 자기들끼리 수없이 전쟁을 벌여온 이유는 무엇인가? 유대교에 뿌리를 둔 같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회교‧유대교가 서로 죽이겠다고 지상을 전쟁으로 어지럽혔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중세유럽 기독교가 회교를 상대로 벌인 200년에 걸친 8차례의 십자군전쟁과, 20세기에 회교도와 유대인들이 벌인 4차례 중동전쟁이다.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을 응징하기 위해서 중동 산유국들이 일으킨 오일 파동으로 수천 년 묵은 가난을 벗어나고자 허리띠 졸라매고 일하던 대한민국은 하마터면 부도가 날 뻔했다. 같은 알라를 믿는 회교국가인 이란과 이라크는 8년 동안 화학무기까지 동원하여 형제 모슬렘들을 살육하며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였다. 같은 회교이지만 한쪽 집권세력은 시아파이고 다른 쪽은 수니파이다. 지난 70년 간 가장 전쟁을 많이 벌인 국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종교적인 국가인 미국이다. 베트남전과 두 차례의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일으켰다.

내세에 대한 그리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과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동물들이 아니라 같은 종(種)인 지배자들이다. <신약>에서 예수님 말씀처럼 백합처럼 들판에서 홀로 하나님의 보살핌 아래 조용히 살려 해도 지배자들은 득달같이 쫓아와서 세금이란 명목으로 빼앗아간다고 했다. 현대적으로는 월스트리트로 대변되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금융권력자들과 부패한 정치인들과 관료들이다. 내세가 있다고 믿는 종교인이 상당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문제는 내세와 전혀 관계가 없는 국가적인 경제력과 제도의 문제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가적인 부와 공정한 분배제도이며 그 다음이 종교이다. 즉 정치제도와 경제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백 가지 종교가 무효이다.

이슬람 자살폭탄 테러범들처럼 빨리 내세의 행복을 누리려고 자살하는 것이라면, 내세에 대한 믿음이 오히려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 내세를 믿는 사이비종교인들의 집단자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인민사원, 와코(Waco)의 다윗지파, 일본의 옴진리교, 우리나라의 오대양 사건 등이 있다. 내세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벌인 집단자살의 사례가 있었는가? 오히려 ‘단 한 번뿐인 삶’이라는 생각이 자살을 억제할 수 있다. 12세기 수도자이자 가톨릭 성인인 클레르보 드 베르나르(1090∼1153)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신이나 내세나 종교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의 우리의 깨어있는 마음(지성)과 의지와 행(行)의 문제이다. 진주에도 신천지인가 뭔가 하는 교회에서 고로나 바이러스가 번졌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초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식당에 갔더니만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다고 했는데 왜 돌봐주지 않는가?”라는 실망을 토로하기도 했다. 전지전능하시다는 하나님의 가호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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