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있을 때 잘해
도민칼럼-있을 때 잘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26 17: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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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있을 때 잘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배우라 영원한 공주로 살줄 알았던 김자옥씨가 5.6년 전에 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남편은 우리가 잘 아는 인기가수 오승근씨다. 금슬 좋은 잉꼬부부로 우리나라 국민대다수에게 잘 알려진 모두가 부러워했던 연예인 부부다.

어느 방송 아침프로에서 오승근씨가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행복했던 때를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짠하던지…모두에게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오승근씨가 아내를 잃고 애통해 하리라고 누가 예견이라도 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히트곡이 있었지만 ‘있을 때 잘해’라고 노래가 대히트였다. 사람들에게 곁에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하면 떠나간 후에 후회하게 된다며 노래를 입에 달았던 그다. 짝 잃은 기러기가 되었다며 ‘있을 때 잘해줄걸’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오승근씨는 수많은 노래를 부른 가수다. 그중에서도 내 맘속 깊이 각인된 노래가 바로 ‘있을 때 잘해’ 라는 제목의 노래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나는 이 한 소절이 오래전부터 맘속에 각인되어 있다.

아직 부모를 모시고 있는 사람들은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지 말고 살아계실 때 효도를 해야 한다.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나 중년 부부, 황혼길 가는 부부라 할지라도 서로가 동등한 입장에서 배려하며 사랑해주고 친구나 형제자매관계에 어느 누구라도 옆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 먼 길 가버린 후에 옆에 있을 때 잘해줄 걸 하고 후회를 하게 된다. 나도 오래전에 돌아가신 부모님께 살아생전에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운다.

오승근씨가 출연한 이날 방송을 보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울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시도 때도 없다. 나이가 들면서 부터는 고무 밸브가 헐린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흐르는 그야말로 울보로 변했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TV속에서 노인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것이 회한으로 남는다. 심지어는 맑은 샘물이 흐르고 기차가 지나가고, 강물이 흐르는 풍경그림을 방송매체로 볼 때도 고향에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 고생하시는 모습이 떠올라 눈물짓곤 한다.

아버지가 38년 전에 82세 때, 어머니는 28년 전에 일흔 다섯에 돌아가셨다. 맘은 간절했으나 경제적인 궁색함 때문에 장례 치르기도 옹색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맘속에는 효도를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이 높은 산에 잔설처럼 뇌리에 남아 있다. 독수리 타법으로 PC 자판을 두들기는 지금도 회한으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는 형편은 좀 나아졌다지만 셋방살이 하면서 어렵다는 핑계로 회갑과 칠순잔치도 열어주지 못한 것들이 늘 가슴이 아프다.

나는 오승근씨가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기 수십 년 전부터 부모님으로부터 ‘있을 때 잘해’야 된다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었다. 살아 있을 때 찬물 한 그릇이라도 먹는 것이 낫지 죽은 후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진수성찬을 차려서 제사를 드린다 한들 소용없는 일이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자랐었다.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다거나 문학인들의 모임에서도 일찍이 부모님을 통해서 들었던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살아 있을 때, 맛있는 음식 한 가지라도 챙겨 드리는 것이 낫지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제사를 천 날 만날 지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모두가 이구동성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은 비단 부모님께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부부와 친구, 형제자매, 그리고 스승과 제자사이도 마찬가지다. 곧, 살아 있을 때, 잘해야 하고 옆에 있을 때 잘 해야 한다. 는 말이다.

나는 부모님 살아계시는 친지나 이웃과 지인들이 부럽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왜냐면 아직 효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말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노래 소리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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