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 현장을 찾다(13)-산청 ‘온나농장’ 권두현 대표
강소농 현장을 찾다(13)-산청 ‘온나농장’ 권두현 대표
  • 황원식기자
  • 승인 2020.02.26 18:0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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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맛있는 딸기 먹으면서 추억도 함께”
▲ 딸기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권두현 대표와 아내.

2년간 농업 세계일주 통해 농장주들과 소통

친환경 농업으로 지난해 ‘무농약 인증’ 받아
청년창업농 정부지원 영농정착금 마중물 역할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신만의 농장 만들어야


산청군에서 딸기 농사 4년차인 ‘온나농장’ 권두현(33) 대표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친환경 농업을 고집하며 커피숍 등에 납품을 하면서 분전하고 있다. 청년창업농 2년차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금을 받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자신만의 철학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도움을 주는 농장’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물 좋고 산 좋은 경남 산청군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33살 딸기농부 권두현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해외에 2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4년차 농부이지만 아직도 꿈 많은 초보 농사꾼입니다.

-하루 일상은 어떤가요
▲농부들의 일상은 아마도 비슷할 겁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농장으로 출근을 해서 작물들을 둘러보고 요즘 수확 철에는 수확과 선별을 하죠. 지금 딸기는 한창 많이 나올 시기라서 출근해서 일하시는 분들이 딸기를 따놓으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함께 딸기 선별을 합니다. 중간 중간 하우스에 가서 문을 열고 작물이 필요한 영양분도 주고 딸기가 좋아하는 환경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을 하죠. 그렇게 선별이 끝나면 납품을 하고 마무리하면 하루해가 저물어 가는 아주 평범한 농부의 하루 일상입니다.

난좌포장된 딸기
난좌포장된 딸기

-농업을 시작하기 전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일을 하진 않았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바로 농사를 지을까 아니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해외에 나가볼까 생각하다가, 전자보다는 후자를 선택하여 농업 세계일주라는 주제를 가지고 2년 동안 12개국 35곳의 농장을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방문했어요. 주로 방문했던 농장은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운영했고 우프(WWOOF)를 통해서 하루에 4~6시간 정도 일을 하고 숙식을 제공 받았어요. 제가 원했던 농업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영화에서만 보던 큰 벽난로 앞 소파에서 다 같이 모여 앉아 농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듣곤 했어요. 청년농부, 공동체, 생태농업, 소통, 유기농과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농업 세계일주를 했고 이와 관련된 많은 농장과 농장주들과 소통을 하며 힘들지만 즐거웠던 삶을 살았어요.

우프(WWOOF)는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의 약자로 자원봉사자가 유기농가에서 하루 4~6시간의 노동을 하며 숙식을 제공받는 세계적인 교환 네트워크이다.

-농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놀이터 삼아 뛰어 놀던 곳이 현재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 강누마을 입니다. 여름이면 강에서 수영하고, 겨울이면 스케이트를 탔고, 눈 내리면 논에서 눈사람 만들고 가을이면 단풍잎 떨어지는 산에서 고인돌을 찾으러 다녔어요. 추억이 많은 곳을 한동안 잊고 살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하루는 산에서 우리 동네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곳에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에 친구들을 부모님 농장에서 딸기 체험을 시켜줬는데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농업에 매력을 느꼈어요. 그렇게 공대에서 농대로 편입을 하고 학교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농업을 시작 하게 되었어요.

-농사를 짓기 전, 농업, 농촌에 대하여 갖고 있던 생각과 직접 농사를 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것과 차이가 있습니까
▲차이가 아주 많습니다. 저는 특히 제 성향이 계산적이고 이성적이기 보다는 약간의 감성적인 사람이어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의 농사를 바로 물려받지 않고 따로 하우스를 임대해서 후배와 함께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수익적인 면을 뺀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웠어요. 후배들과 함께 모르는 부분들을 배워나가고 몸으로 느끼고 소통하며 즐겁게 일을 했어요. 때로는 힘들어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그때는 농업이 우리 젊은이들을 뭉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농장이 틀에 갇혀 있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닥쳐왔고, 그때부터 우리도 수익을 최대로 끌어 올려야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마음먹은 대로 농업소득을 올릴 수 없어 한 동안 많이 힘들어 했어요. 사실 지금도 힘들어 하고 있고요. 현실은 농업도 하나의 사업이고 수익창출이 꾸준하게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농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권두현 대표가 후배들과 같이 농사를 지을 당시 딸기 첫 수확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권두현 대표가 후배들과 같이 농사를 지을 당시 딸기 첫 수확을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다.

-농사를 시작한지 4년이 흘렀으면 이제는 재배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을 것인데 어떻습니까
▲대답하기가 아주 부끄러운 질문이네요. 아직도 안정화가 되어있지 않고 도전을 하고 있어요. 지름길인 부모님 농사를 바로 승계했었다면 안정적인 농사를 하고 있을 텐데요, 저는 무리하게 다른 동네에 하우스를 임대하여 농사를 시작하다 보니, 언덕도 넘고 산도 넘고 강도 넘다보니 아직도 안정권에 접어들지 못했어요. 전년부터 부모님의 농사를 물려받아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어려움들이 많이 있어요.


-현재까지 농업활동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순간과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언제였나요
▲친환경농업을 고집하면서 생산량이 많이 줄었고, 그로 인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후배와 함께 힘들게 농사를 지었지만 우리의 노력이 담긴 딸기는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는 알아주지 않았고 결국은 힘들어서 포기 하자는 말을 했어요. 젊음이 무기라 생각하고 뛰어들었던 농업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친환경농업은 그만두고 다음날 농약을 치기로 하고 저녁에 헤어졌는데, 아침 일찍 서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청년들이 모여서 친환경농업을 추구하는 모습이 우리 회사에서 찾고 있는 친환경 딸기라면서, 우리 커피숍에 납품해 주었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 있구나 생각하고 감격과 보람을 느꼈고 친환경농업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국내 경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어떠신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시장이 거의 마비가 된 상태에요. 서울에 납품하는 딸기의 양도 많이 줄었고 경매 가격도 거의 바닥이라고 볼 수 있어요. 품목마다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경제가 원활하게 흘러가지 않다 보니 농산물 가격 또한 하락세이고 자연스럽게 소비량도 줄어서 경매 가격이 해마다 좋지 않은 상태에요.

-감사를 표할 곳이나 선후배 동료가 있다면
▲농사 1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혼자서 하우스 6동을 시작했어요. 겁도 나고 두려움이 앞서 혼자서는 힘들거란 생각에 대학교 후배인 동엽이에게 같이 해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서 힘든 길을 같이 걷게 되었어요. 완전히 밑바닥부터 농업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고, 시설하우스 정비 및 보수 작업을 매일하다시피 했으며 어렵고 힘들 때마다 항상 옆에서 위로하여 주고 동반자로서 힘이 되어 주었죠. 무모한 길을 함께 같이 걸어 주었던 동엽이에게 항상 고마워요. 그리고 그 다음해에 딸기 임대 하우스를 하기 위해 들어온 찬양이 또한 한 식구가 되어 젊음을 불태웠어요. 같이 밤새도록 일하고 다음날 딸기정식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만큼 농업에 대한 희망과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해준 후배들이었어요. 지금은 옆 동네에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딸기농부들이고 힘들었던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요.

-후배 농업인에게 한마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항상 갈등하며 농사를 짓고 있어요. 너무 현실만 바라봐도 일이 재미없어지고 반대로 이상만 바라보기에는 현실에서 벗어나 외로운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주위 시선도 이겨내기 힘들죠. 하지만 꿈이 있다면 힘든 길도 굳건히 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내와 일하며 자주 말해요. 농사도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펼칠 수 있는 자신만의 농장을 만들었으면 해요. 아직 저도 진행 중이지만 항상 생각을 할 때면 가슴이 벅차고 설레네요.

-귀농인에게 한마디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잡아 놓고 귀농을 생각 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돈만 버는 농장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기 에는 앞으로 일할 날이 많은 젊은 친구들인데 젊음이 아까운 것 같아요. 귀농도 하나의 직장이고 직업이기에 많은 준비를 하고 들어와서 꿈을 하나 둘씩 펼쳐 나갔으면 합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직원이 딸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직원이 딸기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근래에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나요
▲농업 세계일주를 하면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소비자들에게 나누어 먹고 싶어졌으며, 무농약으로 3년째 딸기 농사일을 하고 있어 지난해 말에 드디어 무농약 인증을 받았어요. 작은 소원을 이루었고 앞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농장으로 만들고 싶어요.

어릴 때 또래들보다 주먹이 야무져서 친구들을 많이 괴롭힌 적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찾아와 우리 아들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할 정도였죠. 그때 그 미안함이 어른이 되어 찾아왔어요. 네덜란드 양 농장에서 말이죠. 심신이 미약한 분들이 농장에서 일하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불편했던 몸과 마음을 치유 받는 모습을 보았어요. 나도 나의 농장이 단순히 1차 생산만 하는 농장이 아닌 소통하고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꿈이자 소원이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청년창업농 2년차로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금을 받고 있으며, 이 영농정착지원금이 영농하는데 많은 도움으로 저에게는 마중물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농장 이름은 온나 농장입니다. 밥먹으러 온나. 놀러 온나. 일하러 온나. 이처럼 저는 농장에서 사람들이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온나 농장으로 만들었어요. 건강하고 맛있는 딸기를 먹으면서 건강한 추억까지 만든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요? 황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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