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천하대란…아직도 ‘중국눈치’ 볼 건가?
강남훈 칼럼-천하대란…아직도 ‘중국눈치’ 볼 건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2.27 17:5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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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천하대란…아직도 ‘중국눈치’볼 건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27일 오전 기준)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38일 만이다. 지난 20일 100명을 넘어선 확진자는 23일 600명, 26일 1000명을 넘어서는 등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매일 200명 이상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확진자 중 상당수는 대구·경북이지만 경남과 부산도 100명을 넘었다. 경남은 지난 21일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후 26일 13명이 무더기로 나타나는 등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남도내 18개시·군 중 대부분의 시·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남해 거창 등 도내 청정지역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국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유치원, 초중고, 대학의 새 학기 개학이 연기되고, 문을 닫는 사업장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대구 등 주요도시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져 한산하기만 하다. 주민편의시설, 동사무소나 파출소 등 공공기관, 병원 등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폐쇄됐다. 거의 ‘패닉’ 상태다. 여기다 각종 가짜뉴스까지 판을 쳐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물론 방역당국과 의료진들이 밤잠을 설치며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지만, 확산속도가 워낙 빨라 ‘역부족’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된 데는 신천지대구교회, 청도대남병원, 부산온천교회,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등 통제가 어려운 집단시설로 인한 지역사회 전파가 주요인이다. 하지만 정부의 ‘중국전역 입국제한’ 등 초기대응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서 폐렴환자 27명이 발생했고, 지난달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중국 우한발 국내 입국자 전수조사를 시작으로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지난달 20일)하기까지 조기차단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특단의 조치를 취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일에야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 했지만, 대한의사협회에서 7차례나 권고한 중국전역 입국제한은 이런저런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로 코로나19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사이 세계로부터 ‘삼류 국가’ 취급을 받는 등 국제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점이다. 확진자 수가 발원국인 중국 다음으로 많아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싱가포르, 이라크, 일본 등 21개 국가에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을 금지하는 등 입국제한 국가는 40개국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모리셔스는 물론 대구발 항공기를 통해 베트남 다낭으로 입국했던 한국인들도 격리됐다가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요르단에서도 국민 53명이 격리됐다 풀려났다. 기가 막히는 것은 중국 산동(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는 한국과 일본에서 입국하는 관광객 등을 전원 강제격리 조치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까지 조롱을 받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는 ‘TK 봉쇄’발언이 나와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서는 등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코로나19 확산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했다. 우리 국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었다. 지금은 천하대란(天下大亂)의 시기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로 인해 국민 불안감은 증폭되고, 공장들은 멈춰서는 등 나라 경제도 올 스톱 직전이다. 28일 국회에선 대통령과 여야 4당대표가 회동한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무엇이 우선인지 초당적 협력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중국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중국봉쇄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가슴을 열고 해법을 찾았을 때 역사는 코로나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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