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칼럼-이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02 15: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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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수필가
이호석/합천수필가-이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소득 삼만 불 시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선진국 반열에 있는 것으로 상당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의 이름을 팔면서 자기들의 기득권을 확장하는데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을 볼 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리의 처지를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 속에서 이번 코로나 19에 대처하는 사태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신기루 같은 허상 속에서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며칠 전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40대 후반인 둘째 며느리로부터 울음 섞인 전화가 왔다. 아들은 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부부로 살고 있고 손자 둘은 초·중학교에 다닌다. 전화 내용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21세기 우리나라 모습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다.

매일 같이 무섭게 퍼지는 코로나에 온 대구시민이 공포에 떨고 있고, 거리에 나다니기도 무섭다는 것이다. 특히 나를 더 한심하게 한 것은 그 하잘 것 마스크를 하나를 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마스크 하나를 사려고 춥고 비가 오는 날, 몇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그냥 들어왔다며 목이 멘다. 전화를 받는 동안 이 사실이 과연 내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만나 싶다.

필자는 이 전화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허무감을 느꼈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리다. 우리나라가 그런대로 잘사는 나라인 줄 알고 가끔은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왔고, 간혹 TV에 나오는 미개국들의 모습을 보면서 측은지심을 갖기도 했는데 우리 꼴이 꼭 그 모습이 돼 버린 것 같다.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이러한 무서운 전염병이 발생하였고, 충분히 대처할 시간도 있었는데 무방비 상태로 허세만 부리다가 이 모양이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아주 안전지대에 사는 것처럼, 중국을 향해 ‘당신들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느니, 또 ‘우리나라는 의술이 발달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느니 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던 나라가 아니던가.

그러다가 하루에도 몇 백 명씩 전파되는 코로나에 허둥지둥하는 정부 모습이며, 평소 하찮게 생각하던 마스크 하나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나라. 이러한 실상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를 부러워하던 나라들이 얼마나 비웃겠는가, 생각만 해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발표가 더욱 기가 찬다. 이러한 사태를 미리 예견하고 예방을 다하지 못한 책임감이나 미안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모두 신천지교회 때문이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지역에서는 마스크 하나도 제대로 구매를 못해 울고 있는데도 하루 일천이백만 개의 마스크를 만들어 10%를 수출하고 있다고 자랑 같은 얘기를 한다. 이 전염병 전파가 어째서 신천지 교회를 나무랄 일인가, 전염병이 국내에 유입될 때를 대비해서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예방하지 못한 정부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전염병 우려가 있을 때는 집단 모임 자제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되는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다.

필자는 이 사태에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실상을 보면서 그동안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인들과 중앙정부의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얼마나 위선으로 허세나 부리며 잘 살아왔는지, 생각할수록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전염병 하나에 거의 무정부 상태를 보인다. 더 큰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발발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등이 오싹해진다. 이들을 믿고 사는 국민이 불쌍할 뿐이다.

이러한 실상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실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게 된다. 초대에서 2대까지는 건국의 과도기로 혼란의 시기였고, 3, 5공화국시절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 일부 억압당했지만, 국가 발전과 부(富)를 축척한 업적은 사실이다. 그 이후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정권은 무엇을 했는가? 자유민주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진정한 국가를 만들기보다는 집권야욕과 당리당략, 그리고 자기들의 기득권 확장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오늘날 같은 허상의 국가를 만들어 온 국민에게 이렇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양심이 있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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