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넘어지면 쉬어가라
아침을 열며-넘어지면 쉬어가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04 14: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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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
이창우/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스마트전기과 교수-넘어지면 쉬어가라

코로나19가 세상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고 이는 2002년 11월에 발생한 사스(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의 경우 국내 의심환자 17명, 추정환자 3명, 사망자는 없었고, 2015년 5월에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국내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이었는데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고 있다. 역사를 바꾼 최악의 전염병 1위가 천연두라고 한다. 기원전 1000년경 이집트에서 발생하여 지금까지 약 5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고 하며, 197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가 발생하였다는 보고가 없다고 한다. 이는 인체에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 인생에도 바이러스와 같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면역력이 향상되고 더욱 건강한 모습을 가질 수도 있고, 불행하게도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2011년 8월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식은땀과 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응급실을 찾아간 적이 있는데, 신경성 급성 위궤양으로 진단받고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담당 의사가 위궤양에는 자극적인 술보다 오히려 담배가 더욱더 해롭다며 금연하기를 권유하였다. 군대 제대 후부터 약 20년간 피워온 담배, 매번 새해마다 끊어야지 결심하였지만 끊지 못하고 있었던 담배를 그 순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우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시점에 자신의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등산을 시작하였고 이를 계기로 산행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때의 결심은 점점 희미해지고 바쁘다는 핑계로 당장 어디가 크게 아픈 곳은 없으니 하고 그냥그냥 하루하루 맡은 소임만 충실히 하며 생활하였는데 2019년 12월 건강검진 결과 당뇨로 의심, 2020년 1월에 재검 한 결과 충격적이게도 당뇨 판정을 받았다. 50대 접어들어 주변에 당뇨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 터라, 당뇨 확정은 나 자신에게 많은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왔고, 당장 당뇨 측정기를 구매, 당뇨 관리를 시작하였다. 첫째주 아침 공복혈당이 215mg/dl 전후로 측정, 둘째주는 160mg/dl, 셋째주는 130mg/dl, 넷째주, 다섯째주는 120mg/dl, 그리고 여섯째주인 이번 주는 110mg/dl 전후로 많이 안정되었고 덕분에 몸무게도 4kg 정도 감량되었다. 당뇨 관리 차원에서 건강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히 지난날 자신의 좋지 못했던 식습관을 뒤돌아보게 되었고, 그동안 몸이 나에게 보내왔던 경고신호를 ‘그냥 컨디션이 안 좋구나’ 하며 무시했다는 생각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당뇨 관리를 위하여 인터넷 등을 뒤지다 보면 검게 된 당뇨 발가락을 절단했느니, 당뇨 합병증 등으로 수술도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 심각한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당연히 1위는 당뇨에 관한 음식 이야기로써 당뇨에 좋은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 등이 올라와 있는데 참 먹을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직장인들의 소소한 즐거움이란 금요일 저녁 상추 한 장 깻잎 한 장 포개서 그 위에 잘 구운 삼겹살 두 점을 된장에 콕 찍어 올리고 마늘, 고추 등을 넣고 크게 한 쌈 먹고 소주 한 잔을 목에 탁 털어 넣었을 때 오는 그 맛 그리고 여름철 늦은 시간에 시원한 맥주와 곁들여 먹는 치킨의 맛도 역시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즐거움일 것이다. 이런 작은 행복들도 자신을 잘 관리해야만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프지 않고 지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경험을 통하여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는지를 느끼게 되었고 덕분에 현재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모든 교육기관이 잠시 휴교를 하고 있고 본인이 소속된 한국폴리텍대학도 학사업무를 2주간 연기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크게 학위 과정(전문학사과정)과 비학위과정(전문기술과정)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으며 비학위과정은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하고 있다. 비학위과정 졸업생들은 교육 당시, 미취업 상태이지만 직장이 없음에서 오는 슬픔보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더욱 확실한 직업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캠퍼스 생활을 하였고 수료 후 전문자격과 기술을 갖춘 기술인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본인과 가족의 행복, 그리고 국가의 발전을 위하여 산업일꾼으로 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 있다.

무언가를 잃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넘어지면 쉬어가라”라는 말이다. ‘실직’ 너무나 아픈 단어다. 하지만 넘어진 그 순간, 시곗바늘처럼 움직였던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살펴보고, 주변을 둘러보며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그래서 실직 전보다 더 즐거운 마음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지금 넘어져 힘들어하는 이 시간이 훗날, ‘그때 넘어져서 고맙구나, 정말 다행이구나’라고 생각나는 시간으로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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