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후는 준비된 삶이어야
기고-노후는 준비된 삶이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05 17: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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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성/국민연금공단 진주산청하동지사장
강일성/국민연금공단 진주산청하동지사장

최근 조금 먼 곳을 여행하기 위해 기차를 이용했는데, 옆자리에 앉은 분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화제가 ‘은퇴생활’이다. 주요 소득원이었던 가장의 퇴직으로 인해 갑자기 생활수준을 변경하게 될 경우 가족들의 심리적 고통이 뒤따른다. 이는 대체할 수 있는 주요 소득원이 마땅치 않을 경우 가족들 사이에 생길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가족들 중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은퇴자 본인이 아닐까. 소득 활동기에는, 늘어나는 소득에 따라 소비를 늘리기만 했을 뿐이다. 막상 은퇴를 한 후 소비수준을 대폭 줄이고자 하나, 많아진 여가 탓에 오히려 늘었다는 분들도 있다. 은퇴 전의 90% 수준이라고 하는 이웃 일본의 통계가 두렵다. 경제학에 래칫 효과(rachet effect)라는 것이 있다. 소득수준이 높았을 때의 소비성향이 소득수준이 낮아져도 그만큼 낮아지지 않는 저지작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경우 그 해법이 무엇일까? 물론 제2의 일을 찾아 소득원을 늘리는 것도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앞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중년은 자신의 한계와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는 시기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견하고 상상하면서 마음가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은퇴는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인생의 큰 사건이다.

이런 경우 전문가들은 미리미리 가족 간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부부 간의 심리적 지지는 매우 중요하다. 상호 지난날의 삶에 대해 좋은 평가와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당신, 잘 살아왔어. 다 당신 덕분에 자식 키우며 살았잖아”라는 덕담은 어떨까. 말 한마디에 많은 은퇴자들의 움츠린 어깨가 펴지지 않을까.

국민 행복은 이 시대의 화두다. 시인 박경희는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서 몸에 맞는 옷을 입고 흐려지는 자신의 거울을 닦아내며 새로운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걸어가는 사람’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소득활동 중단과 자산의 감소에 따라 은퇴자들이 겪게 되는 부정적 심리, 배우자 등 가족과의 대인관계, 배우자의 사망에 따른 적응 등에 대해 은퇴 전에 충분한 학습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노후는 준비된 삶이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노후설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국민들의 노후설계 상담이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세상은 젊음을 찬양하고,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한다. 준비된 노후는 아름답지만, 노후준비를 단 한 번에 해낼 수 있는 방도는 없다. ‘하루라도 빨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가까운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아 자신의 연금가입이력을 점검해보고, 노후설계 상담을 받아보기를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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