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나한테 필요한 돈은 얼마?
아침을 열며-나한테 필요한 돈은 얼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10 17:1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나한테 필요한 돈은 얼마?

나한테 하루에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또 평생 살아가는데 내게 필요한 돈은 총 얼마나 될까. 하루에 필요한 돈은 들쭉날쭉하다. 친구들이랑 소주라도 한 잔 마시는 날이 있는가 하면 집안에서 꼼짝 안 하고 방콕하는 날이 있다. 전자는 하루에 쓴 돈이 10만원 전후이지만 후자는 지출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계산하기 좀 그렇지만 한 달 필요한 돈은 거의 300만원 정도. 이것은 자식 둘 교육비가 포함되고 우리 네 식구의 생활비이니 N분의 1이 내 것이다.

나한테만 필요한 돈은 게다가 자식 둘쪽으로 더 가고 많아야 40만원이 내 몫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필요한 월 40만원, 1년 동안이면 400만원이고 앞으로 대충 30년을 더 산다면 1억2000만원 정도가 내가 죽을 때까지 필요한 돈이 되겠다. 바로 이런 돼먹지못한 계산이 우리를 미치게 하는 건 아닐까? 최소한 일억은 벌아놔야 안심이라느니,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느니, 자식들조차 믿을만 한 게 아니라는 둥, 점점 미쳐가는 건 아니지 의혹한다. 지금!

그런 돼먹지못한 멍청한 계산이 바로 이 순간의 귀중한 ‘현재’를 사는 것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현재라는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귀하냔 말이다. 유행가 가사를 빌면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닌가 말이다. 사랑하기 딱 좋은 순간, 감사하기 딱 좋은 순간, 좋은 말하기 딱 좋은 찰나, 추억만들기 딱 좋은 날, 은혜 갚기 딱 좋은 때이다, 매순간이 말이다. 불가에서는 말한다. 그의 과거를 알려면 그의 현재를 보라고. 그의 미래 역지 그의 현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린 지금, 너무 돈에 환장하고 미쳐있는 것 아닌가 의혹한다. 꼴랑 그 돈 버느라고 이토록 할 일 많은 현재를 저당 잡히고 있는 건 아닌가 말이다. 오죽 미쳤으면 종교까지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으니 돈이 최고라는 빌어먹을 그 돈의 논리로 점철되어버렸다. 온나라를 고통속으로 몰아넣은 ‘신천지’라는 데는 다단계 판매 기법을 이용해 신도를 끌어모았다나 어쩐다나.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거기는 종교집단이 아니고 개탄할 인신매매집단이 아닌가.

돈은 필요한 만큼 소중하다. 알바면 어떤가. 계약된 시간엔 성실하게 일하자.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그런 성실말고 스스로 내 일처럼 진정 즐거운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일하자. 그렇지, 내가 하는 일 자체를 사랑해버리자. 일을 하며 매순간 만나는 그 사람이 누구든지 이쁘게 보아주고 사랑해버리자. 바로 내 엄마라고 생각해버리자. 바로 내 아버지라고 대접해드리자. 바로, 내 생애 마지막 만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사랑스럽지 않을 까닭이 없다.

반면에 야근시키는 회사는 돌아보지도 말고 딱 그만두자. 그것이 대기업체라도 “됐거든요!”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하자. 너도 나도 그렇게 하면 야근을 시키지 않고 일자리를 늘릴 것이다. 적당한 시간 적당히 일하고 사랑스런 가족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오자. 어느 정치가가 말한 것처럼 저녁이 있는 삶을 창출해보자. 싱글들은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돈 안 되는 일이라도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해보자. 바야흐로 봄, 사랑하기 참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