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효도를 하려거든
도민칼럼-효도를 하려거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11 15:05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효도를 하려거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아직도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사람이다. 반대로 살아생전 효도하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난 후에 잘해드릴 걸, 후회하며 사는 사람들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 하고 싶다.

부모님의 슬하를 떠나 떨어져 사므로 자주 찾아뵙기는 힘들겠지만 아무 때나 찾아가서 재롱을 부리고 아양을 떨어보라. 서산에 해가 지는 모양을 얘기하고 뒷산 보름달을 그리고 구름 속에서 밝게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도 미주알고주알 제비처럼 지지배배 하라고 권하고 싶다.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얘기가 뒤죽박죽이고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부모님이 들을 때는 지루한 얘기가 아니다. 어린자식이 말 배울 때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듣고 또 들어도 더 듣고 싶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들릴 것이다.

90넘은 어머니가 환갑이 넘은 아들이 일하러 밖에 나가면 차 조심해라. 한눈팔다 돌부리에 넘어질라, 추울라 더울라, 노심초사 하는 것은 환갑 넘은 늙은이로 보이지 않아서다. 어머니 입장에서 어릴 때 철부지처럼 보일 것이다. 어린 아기처럼 보일 뿐 어른처럼 보이질 않는 것이 부모 맘이다. 백발이 하얀 환갑을 지난 아들을 부를 때 ‘아(兒)야. 이런 식으로 많이 부른다. 부모님께서는 늙어가는 아들이 어린아이 때의 고정관념이라 항상 어린아이로 잠재의식화 되어 있다고 한다. 부뚜막에 앉혀 놓은 아기처럼 노심초사하다가 자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보하고 나서 긴장을 푼다.

내가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기르면서 부모님 사랑과 은혜를 실감했다. 자나 깨나 자식걱정에 사랑과 정성을 쏟으시며 희생하신 어머니 모습이 항상 염두에서 떠나질 않는다.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를 알면서도 잘해드려야 한다고 마음속에 다짐을 하면서도 늘 맘뿐이었다. 마땅히 해야 할 효도는 나중에 다음에 내일로 미뤄졌던 것을 경험했다. 생활전선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내일은 꼭 해드려야지, 좋아 하는 것 내일 사다 드려야지, 마음뿐이었다. 홀어머니에게 효도는 다음으로 미루어지는 나 혼자만의 청개구리 삶을 살았다.

내가 바쁘게 일하며 산다고 부모님은 자식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한자리에 계속 머무르고 계시는 부모님이 아니다. 자기 삶에 쫓겨 잠시, 내일, 다음에 하는 동안, 어디를 가시는지 알 수 없는 먼 길을 떠나버리시고 만다.

요즘 나이가 들어가며 부쩍, 부모님에 대한 회한(悔恨)을 많이 하는 편이다. 어린 시절에 지지리도 가난한 농촌 환경에서 힘들게 사셨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일이 많다. 못 입고 못 먹고 못 배우신 부모님이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생 일만 하다 돌아가신 분들이다.

내가 청년 때는 나이 많은 부모님들을 두고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줄곧 천수답 농사일을 하면서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의 집 형편으로는 항상, 맘뿐이지 건강치 못하는 부모님을 병원에를 모시고 갈 수 도 없었기에 지병을 안고 사셨다. 부실한 의식주생활에 고생만 하고 돌아가셨다. 지금처럼 호화 먹을거리가 넘쳐나고 문명의 사치품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하다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옛날 보릿고개 넘던 시절에는 살기 어려웠던 때였지만 항상 맘속에는 부모님께 효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환경과 물질이 풍요로워졌지만, 부모공경하며 효도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질 않는다. 자기 자식들을 위주로 하는 생활 방식이다. 부모들이 천년만년 살며 항상 옆에 있어 주는 걸로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 자식을 낳고 길러 보면 부모 맘을 알 수 있다. 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어느 인기가수가 불렀던 ‘있을 때 잘해’ 라는 노랫말이 늘 염두에 맴돌고 있다. 자식들이 부모가 살아있을 때 해야 할 효도를 잊고 살다 세상 떠난 후에 나처럼 후회하지 않을까 싶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은 필자가 크게 불효를 했던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결코 부모님에게 불효를 했다는 말을 주위사람들에게 듣지 않았었다. 다만 물질의 빈약함으로 생전에 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시질 못한 것을 자책을 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사람은 효도를 하려거든 내일은 너무 늦다. 오늘 하라고 권한다. 살아있을 때 효도를 해야 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