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봄날 같은 정치를 보고 싶다
시론-봄날 같은 정치를 보고 싶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15 15:3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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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수필가
이호석/합천수필가-봄날 같은 정치를 보고 싶다

마을 앞에 있는 공원으로 아침 운동을 나간다. 어제 비가 끝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화창하다. 공원 입구의 어느 집 마당에는 홍매화가 예쁘게 피어 있고, 강변의 수양버들은 여린 잎들을 뾰족 내밀며 연둣빛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며칠 후면 온 강산이 화려한 꽃들로 눈이 부실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향연이 시작되었지만, 경제 불황과 코로나에 찌든 우리 사회는 엄동설한보다 더한 모습으로 얼어붙어 있다.

오늘 아침, 공원에는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마스크를 벗고 맑고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어 마신다.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마스크 벗은 모습을 싫어할까 봐 흘깃 주위를 돌아본다. 마치 남의 맑은 공기를 훔쳐 먹는 것처럼 눈치가 보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의 시작을 보면서, 맑은 공기 한번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우리들의 처지와 얼어붙은 경제. 고통과 좌절감으로 상처받는 국민의 마음을 생각하니, 또 평소 자기들의 소임은 팽개친 채 엉뚱한 짓거리들만 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꿈틀거린다.

정치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국민을 편안하고 잘 살게 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편안하고 잘 살게 하려면 국정이 제대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근년의 우리나라 국정은 그러하지 못한 것 같다. 모든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인 자기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자기들은 한없이 편안하고 잘 사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절대다수의 국민은 어렵고 불안하고 걱정스럽기가 짝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처참하게 나락으로 빠지는 국가 경제와 국가 명예를 보면 참담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앞 정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인(私人)과의 친밀함이 도를 넘어 국정농단을 했다며 국민의 지탄을 받고 사라졌고, 그 와중에 촛불시위로 등장한 이 정권은 응급 결에 탄생한 정부라 그런지 모든 정책이 나에게는 어설프게 보이고 불안하게 한다.

필자는 가끔 대통령의 의무와 권한이 어디까지 인지를 생각해 본다. 의무는 말할 것도 없이 국가의 수반으로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고, 국가발전과 안정된 사회를 만들어 국민이 편안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만,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애매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3대 세습 독재국가로 눈만 뜨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가며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 휴전선의 초소를 폭파하는 등 국방을 약화하는 행위나,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과 경제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는 원전 폐기 정책 등은 국가의 흥망이 걸려있다고 해다 해도 과언이 아닌 큰일들이다.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국민의 동의(국회 동의) 없이 함부로 해도 되는지?, 대통령에게는 사법부에서 그 흔하게 쓰는 ‘직권남용’이란 것이 적용되지는 않는지 항상 궁금하다.

4년 전, 우리는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고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겠다며, 손을 비비며 약속한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았다. 그리고 그 중간에 또 이와 같은 약속을 한 대통령도 뽑았다. 그런데 4년이 다된 지금 그들은 국가와 국민 생활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 그들은 모두 허언을 한 사기꾼들이었다는 말인가? 생각할수록 괘씸하기 짝이 없다.

다음 달 15일이면 또 300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선출한다. 국민은 국가가 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념이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한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위기의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할 선량을 뽑아야 한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고, 화려한 꽃들을 피우며, 새 희망으로 출발하는 계절이다. 이 봄날처럼 국민을 따스하게 하고 희망이 넘치게 하는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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