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과객(過客) 생활
진주성-과객(過客) 생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19 16: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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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과객(過客) 생활

과객이란 지나가는 길손, 과객질 하는 나그네, 먼 길을 갈 때 도중에 모르는 이의 집에 들어가 밤을 지내고 거기서 밥을 얻어먹는 나그네를 말한다. 중국의 두보(杜甫)는 말년에 돈 떨어지고 중풍까지 걸린 상태로 세상을 떠돌아 다녔다. 그냥 떠돈게 아니고 처자식까지 배에다 태우고 강과 호수를 떠돌았다. 유리표박(流離漂迫)하면서도 악양루에 올라가 동정호를 바라보며 건곤일야부(乾坤日夜浮)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떠 있네’라는 절창을 남겼다. 김삿갓(金炳淵) 조선조 철종때 방랑시인. 직업을 갖지 않고 방랑을 생활하면서도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詩)를 잘 지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는 시를 잘 지으면 대접 받을 수 있는 사회였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풍수(風水)에 대한 실력이다. 터를 잘 보면 대접을 받았다. 조선후기 밥 먹는 집의 사랑채에는 과객이 득실거렸는데 대부분 풍수(風水)를 이야기 하는 지관(地官)들이었다. 유교적 세계관에서 볼 때 명당을 잡는 노하우인 풍수도참(風水圖讖)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종교였던 것이다. 김삿갓이 어느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을 때 있었던 일이다. 가진 것 없어도 주인이 내놓은 저녁끼니는 멀건 죽 한 그릇 뿐 죽 밖에 대접 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詩) 한 수를 지어 주었지만 글 모르는 농부에게 시의 내용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저 나그네와 농부의 마음이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고 공감하는 그 마음이 곧 진정한 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네다리 소반위에 멀건 죽 한 그릇/ 하늘빛과 구름이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주인양반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물속에 비치는 청산은 내 좋아 한다오

김삿갓의 시 죽한그릇 전문-이다.

동인의 영수인 허엽의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허균은 1594년 문과에 급제한 뒤 명나라에 5차례나 사신으로 다녀온 외교전문가였다. 명나라 관원들을 상대하면서 보여준 해박한 역사 문학 지식이 그의 무기였다. 그러나 성리학을 하늘처럼 떠받들던 조선에서 불교와 양명학 서적을 탐독하고 서인들과 어울렸던 그는 파직과 복직을 밥 먹듯 거듭해야 했다. 1607년 삼척부사를 지내던 시절 불교숭상을 이유로 탄핵 당했다. 예교로 어찌 자유를 구속하리. <홍길동전>의 저자로 당대 제일의 시인이자 문장가였다.

세상의 맛은 늘그막에 쓰고/ 사람의 마음은 마지막이 어렵지/ 문학도 벼슬도 모두 다 누리다/ 한순간에 끝날 줄 그 누가 알까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을 술사(述士)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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