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함께 살아간다는 것
아침을 열며-함께 살아간다는 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22 15: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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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채영숙/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함께 살아간다는 것

학교는 개강을 또다시 늦추었고, 대학은 더 늦출 수 없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가 오기 싫어 온라인 강의를 즐겨듣던 학생들이 학교가 그립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도 수업 대신 수십만건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학생들이지 않은가. 수업 강의를 동영상으로 보는 것은 이미 익숙할 터인데도 말이다.

화상강의나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이 오히려 지금 상황에 낯설어 한다. 나 또한 한번도 강의 녹음이란 것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연일 강의를 녹음하고 있다. 강의실에서의 강의가 훨씬 쉬운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1일 코로나19를 팬데믹, 세계적 유행병으로 선언했다. ‘경각심 고취’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힘을 모을 방법으로 찾자는 것이다. 작년 12월 중국의 문제가 3월인 현재 전 세계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사태 파악이 늦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각국들의 대처가 확산을 키운 것일 수도 있다. 확산을 늦출 방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넘어 세계적 거리 두기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와 가져올 사회적 변화는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것들이 흐트러지니 무기력증에 빠질까 두렵기도 하다. 지역적 문제이고, 빨리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세계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다. 하루 두 차례 중계되는 발표를 보면서 내일은 잠잠해지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마스크 문제로 나라 전체가 혼란을 겪는 사이 경제 위기마저 겪으면서 여기저기 힘들어 하는 목소리와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소개하는 목소리가 같이 나오고 있다.

계절성 독감으로 목숨을 잃는 수 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목숨이 걸린 문제이고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이니 양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모두가 공동체이기에 각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마스크 쓰기, 단체 활동 자제 등을 지키면서 무심코 살아온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심하면 된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것도, 카페에 모여 수다떨기도 잠시 멈추고 누군가의 강제 조치가 아닌 건강한 자가격리를 지키면 된다.

지난주만 해도 거리에 나다니는 사람이 없더니 그 기간이 길어지고 확진자 수가 줄어드니 조심스럽게 나들이를 해 본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들이 바깥나들이를 부른다.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곳을 찾아 나름의 시간들을 보내는 방법들이 소개되는 것을 보니 아마 다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나 보다.

앞 뒤 사람과의 거리를 두고 산을 오르거나 마스크를 낀 채 운동하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 등 침체된 분위기 보다는 다소 생기있는 바깥 활동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같이 행동하는 활동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 나홀로 혹은 가족 단위의 햇볕바라기를 하면서 집 주변을 산책해 본다.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고, 부모는 자식의 행동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공부를 학원에만 맡기고 학원 돌리기를 했던 가정들은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아빠와 엄마의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아이의 학교 등교가 늦추어지면서 가족 단위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찾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같이 즐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가 가족의 끈끈함을 느끼게 한다. 이번 기회에 가족 간에 대화의 시간도 가지고 아버지와의 놀이 시간도 가지면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사이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과잉 대처만이 오히려 확산 범위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과도한 불안감 조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무지와 부주의, 안일한 생각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경험을 연일 보도에서 듣고 있지 않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정부의 위기 대처 방향에 협조의 힘을 보태어야 한다. 자기 자리에서의 충실함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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