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상은 온갖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칼럼-세상은 온갖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23 14:4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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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세상은 온갖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축구나 야구 경기에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선수들이 고향 땅(익숙한 곳)으로부터 얻는 평정심에서 기인한 것이다. 경기장으로부터 나오는 기운이 상대편 선수들에게는 낯설게 작용하고, 홈팀 선수들에게는 보호의 기운이 되는 것이다. 병에 걸렸을 때도 어느 병원을 선택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언젠가 모 재벌그룹총수가 소 500마리를 몰고 고향 땅인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고향 땅의 기운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약해지면 자신이 태어난 곳, 어릴 때 놀던 곳에 가서 기운을 보충하면 좋다. 이는 우리의 영혼이 이 땅에 처음으로 왔을 때 받았던 기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골집을 찾는 것도 이러한 심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어머니의 뱃속→태어난 곳→어릴 때 놀던 곳→행복했던 시절을 보냈던 곳’순서로 평안함을 느낀다. 태어난 고향의 터가 아주 나쁜 경우만 아니라면 어떤 영혼이든 대부분 그곳에 가고 싶어 한다. 이는 영혼이 처음 적응했던 장소를 의미한다. 물고기는 물에서 살듯이 우리 인간은 기운의 바다에서 살고 있다.

신선들은 좋은 땅의 기운을 받기 위해 깊은 산중 암석의 틈을 찾아 그곳에서 거(居) 하면서 심신을 수련한다. 이를 ‘폐관수련(閉關修鍊)’이라고 하는데 일명 ‘선동(仙洞)’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기발하게 적용하여 세계적인 고급 관광지로 만들어 놓은 곳이 동양도 아닌 저 먼 곳 스위스에 있다. 스위스 사람들이 풍수를 공부했을까? 스위스에는 지하 1000m 아래의 암석 동굴을 만들어 고급호텔을 꾸며 놓았다.

또 이곳은 유사시에 모든 국민이 대피할 수 있는 동굴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연못도 있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는 영혼이 요동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몸도 마음도 안정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하여 호텔을 꾸며 놓았으니 크게 축복받을 일이다. 숙박료가 1박에 40만원 정도라고 한다. 스위스에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을 한 번 가서 기를 흠뻑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우리나라에도 강원도에 암석동굴이 많이 있으니 이런 ‘선동호텔’을 한 번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은가! 땅의 기운은 대체로 따스하다. 반면 하늘의 기운은 차갑다. 우리가 추울 때 몸이 떨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풍수에서 항상 땅을 중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땅의 기운을 가까이하면 차분해질 수 있다. 온갖 사물이 요동쳐도 땅은 언제나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땅 바닥에 착 달라붙어 사는 거북은 괘상(卦象)이 산이다. 산은 땅이 쌓여서 생긴 것이므로 어쩌면 거북은 땅의 기운을 가장 많이 받아 장수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폭포가 떨어지는 곳, 강물이 세차게 흐르는 곳은 풍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풍은 밖이고 택은 안이다. 사람은 안에서 쉬고 밖에서 일해야 한다. 운명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는 장소를 바꾸어야 한다. 둘째 버릇을 고쳐야 한다. 셋째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교류의 폭을 넓히거나 바꾸어야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이 바로 좋은 땅에 머무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저마다 처한 형편이 있기 때문에 좋은 곳이 있어도 마음처럼 쉽게 이주할 수가 없다. 좋은 곳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그런 곳을 자주 방문하여 그곳에 머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영혼은 열려 있는 곳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열려 있는 곳은 기운이 발산되어 달아나는 곳이다. 그래서 벌판에서 자면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는 잘 먹어도 배가 자주 고프게 되며 살이 찌게 되고 잠을 더욱 많이 자게 된다.

특히 방에서 잠을 잠 때는 문을 닫고 자야한다. 인간은 낙원을 그리워한다. 낙원이란 특별한 게 아니다. 영혼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땅, 그곳이 바로 낙원이다. 먼 옛날부터 인간은 땅을 찾아 헤매었다. 국가와 민족이 그러했고 개인도 그러했다. 우리 인류는 앞으로도 영원히 땅을 찾아다닐 것이다. 땅에 대한 이상향은 그 자체로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땅을 사랑하는 사람은 땅이 먼저 그를 찾는다. 인간은 땅을 찾아가고 땅은 인간을 기다린다. 사람의 운명이 좋아도 땅이 방해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사람의 운명이 나빠도 땅이 도와주면 그 운명은 차차 풀려나가게 된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군자는 머무는 곳을 경건히 한다’라고 했다. 옛날부터 한 국가도 지내온 역사가 나쁘면 도읍을 옮겼다. 서울도 그렇게 선택된 곳이다. 개인이나 단체, 국가나 민족 등도 나쁜 세월이 길어진다면 이동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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