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핵외교의 본질과 한계
오바마 핵외교의 본질과 한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7.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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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인제대 정치외교학과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을 ‘불량국가’로서 이들 체제는 치유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한 반면 오바마 행정부는 그 개념을 ‘국외자’로 바꿨다. 이 개념은 평양과 테헤란이 핵무기 보유를 포기할 경우에 국제사회로의 편입의 길이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개방 아니면 고립의 선택이 주어진 셈이다. 하지만 딜레마는 여기서 출발한다. 개방을 택할 경우 북한과 이란은 국제사회로의 편입 기회를 갖게 되지만, 그 국제사회는 미국의 주도하에 있으며, 미국이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개방의 길로 나아갈 경우 북한과 이란 양국은 체제유지를 위한 단기적인 경제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제 붕괴의 위험성을 주는 정치적 접촉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선택의 공을 이들 양국에 넘겼다. 국제규범의 준수와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통한 경제적 이득의 확보가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고립의 지속과 징벌적인 결과의 감수이다.

북한과 이란은 그 선택권을 단호히 거절했으며, 2011년 나토의 리비아 개입을 자국의 핵무기 포기 대가로 서방이 제시한 정치·경제적 유혹에 리비아가 속아 넘어갔다는 증거로서 제시했다. 리비아가 핵무기를 보유했었더라면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이 가능했겠는가의 논리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핵시설에 대한 군사적 행동인가? 북한은 더 이상 공격 대상이 아니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분리·추출했으며, 소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에 대한 공격도 기껏해야 시간 지연을 시킬 뿐이지 핵무기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외교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강압적 압력과 제재를 통하여 북한과 이란 양국의 핵 프로그램 진전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핵물질의 추가적인 획득에 대한 저지가 그것이다. 이것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이 취했던 대소련 봉쇄정책과 유사한 개념이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란이 핵무기화 실행을 연기하고 북한의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한 그 지속성은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극복해야 할 난관도 있다. 미국 정치권 내부의 강경파들이 봉쇄전략을 유화정책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비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오바마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3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인 Aipac에서 한 연설은 이러한 시각차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봉쇄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방지를 위한 정책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이란은 강력한 제재의 압력에 굴복하여 핵무기로 나아가는 결정을 연기하는 전략적 계산을 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잠재적인 능력 유지를 허용하는 것마저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고전적 의미의 봉쇄를 제외하고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북한과 이란이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한, 그리고 자국 경제 회생을 위한 장기적인 대안이 없는 한 핵 프로그램과 그 모호성을 서방과의 관계를 위한 대용품으로서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군사력으로서 그 정권들을 변화시키거나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강요할 수는 없다. 미국에게 유일하게 남은 현실적인 방안은 엄격한 제재 조치를 유지하면서 그 체제들의 내부로부터 변화의 물줄기가 나오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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