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조상 숭배정신 천신(薦新)제
진주성-조상 숭배정신 천신(薦新)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26 15:4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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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조상 숭배정신 천신(薦新)제

우리선조들께서는 농사를 지어 햇과일과 햇곡식을 제일 먼저 수확하여 그것으로 조상에게 먼저 드리는 제사를 천신제라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새로 농사지은 것을 조상을 모신 사당에 먼저 드리고 나서야 먹었다. 식구들이 먹을 때도 조부모, 부모님께 먼저 드리고나서 나누어 먹었다. 이것이 예의이고 질서였다.

천신에는 종묘천신과 가묘천신이 있는데 종묘천신은 나라에서 새로 나온 먹거리를 조리하여 종묘에 바치는 것이고 가묘천신은 일반에서 조상을 모신 사당에 새 곡식과 과일 등 올리는 것을 말한다. 사당이 없는 집안은 명망 있는 반가(班家)요 일반 사람들의 집에는 대개 추석차례로 천신을 대신하였다. 추석 때 햇곡식과 햇과일이 수확이 어려울 때는 음력 9월 9일 중구 날에 차례를 지내기도 하였다.

문헌에 의하면 천신은 오래전부터 전하여 오는 전통풍습의 하나다. 예기단궁편에 보면 천신은 초하룻날 지내는 삭전(朔奠)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을 전하였고 망자(亡子)가 있어 장사지내기 전에는 새로운 음식물을 얻으면 반드시 천신할 것을 가르쳤으며 ‘대청통례’에는 명절 때는 반드시 새로운 물산(物産)을 천신하라고 하였다. 동지절에는 바다에서 잡은 대구(大口)를 구입하여 제사를 지냈다. 여름에는 과일을, 겨울에는 해물을 구입하여 제사에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상고시대부터 천신을 지내왔음은 민속을 통하여 알 수 있다. 일반의 천신이 오늘날과 같이 차례행사로 굳어진 시기는 고려사에 1108년 종묘에 천신하였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천신은 조상이나 신(神)에게 일년농사가 잘 되게 해주어 신곡과 햇과일을 수확하였으니 감사하다는 뜻으로 바친 것이다. 일반시민들의 천신행사로 행해지는 추석차례는 서양의 추수감사제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천신은 곡식과 과일의 수확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생활의 질서를 나타낸 것이다. 새로 수확한 것은 물론 이웃이나 친척집에서 들어오는 음식 등 모든 색다른 것은 먼저 조상에게 바치고 다음에 살아계신 웃어른께 먼저 드린 후에 식구들이 나누어 먹었다. 이것은 인간의 예의요 도리인 것이다. 이웃에서 음식을 가져오거나 집에 오신 손님이 먹을 것을 사 왔을 때 제일 먼저 집안 어른께 드리고 음식이 들어온 내력을 고한 후에 나누어 먹었다. 이 같은 풍습은 역시 천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선조들은 음식 나누기를 즐겼고 명절 때 통과의례가 있을 때 이웃끼리 나누어 먹거나 초청해서 같이 음식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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