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시론-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3.29 14:1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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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
박유동/경남도립거창대학교 총장-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계절의 변화는 여지없이 찾아와 봄비의 간지럼에 여기저기 꽃들은 피어나고 새잎은 돋아나려고 아우성인데 봄꽃보다 더 화려한 학생들이 없는 캠퍼스는 아직도 겨울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캠퍼스의 봄을 앗아갔다. 입학식을 취소하고 개강을 2주 연기한 상태에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 언제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마주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봄이 사라진 곳이 어디 대학 캠퍼스뿐이겠는가? 식당은 손님이 없어서 한숨짓고 있고 필자가 자주 가는 단골식당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주인 혼자서 전화예약을 하는 손님만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모이는 곳은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이나 농협 앞이다.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로 사실상 섬나라와 다름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 전 세계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번도 섬이라고 인식을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당하고 보니 고립된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대학도 3월16일부터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개인 PC나 모바일 기기를 통하여 수업을 듣는 형태이다.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들었는지 여부는 시스템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지만 얼마만큼 집중했는지 얼마나 많이 이해했는지 등은 확인이 어렵다.


질 높은 교육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도 대학의 당면과제다. 그동안 대면강의 위주로 수업을 해온 교수들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동영상 강의가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생들 앞에서가 아니라 카메라를 앞에 두고 하는 강의는 그 자체가 많은 스트레스를 안겨줄 것이다. 50분 대면수업보다 25분 동영상 강의를 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고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좌변기가 처음 도입되었을 무렵 시골에서 상경한 아버지가 도회지 아들네 집 좌변기에 앉아서 아무리 용을 써도 해결이 안 되어 공중 화장실을 찾는 것과 같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러한 코로나19 같은 사태는 사전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더욱 난감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코로나19가 대학 교수들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변화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대학교육에서 다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고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캠퍼스 없는 대학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대학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교를 두고 있지만 강의실이나 캠퍼스가 없다. 학생들은 세계 7개국을 3~6개월마다 돌아가며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모든 강의는 동영상으로 이루어지고 교수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중요한 과목의 경우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방식도 소위‘거꾸로 학습법’이라고 불리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학습법이 많이 도입되고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은 대학이나 교수사회에 위기이기도 하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온라인 강의야말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으므로 수도권에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불리할 게 없다. 결국은 강의의 콘텐츠와 품질이 우수하다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우리 대학은 플립러닝 방식을 일부 시범과목에 대해서 도입을 추진하여 왔고 강의실도 개편한 바 있다. 이번 경험을 잘 살려 내년부터는 플립러닝 학습을 확대하여 온라인을 통해 사전에 학습하고 수업시간에는 토론위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환을 시도할 계획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의 일부 대학 중심으로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따라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대학의 경우 기회이기도 하지만 위기이기도 하다. 온라인 강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비슷한 과목의 강의가 사방에 널려있는 경우 반드시 자신이 속한 대학 교수의 강의를 들을 필요성이 없다. 뷔페에서 자신이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듯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질 높은 강의를 얼마든지 선택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품질 높은 강의는 살아남고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강의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학은 코로나19 사태이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맞이해야할 일이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주에 막을 내린 종편의 ‘미스터 트롯’은 시청률 30%대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타고난 소질은 있지만 기회를 갖지 못해 평생을 무명가수로 지내야 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펼쳐주었고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다.

우리 대학은 비록 서부경남 끝자락에 있지만 온라인 스타강사가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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