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와 책, 그리고 평생학습도시
진주와 책, 그리고 평생학습도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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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식/진주YMCA 사무총장
책과 사람, 놀이문화가 함께 하는 ‘제1회 진주 북(BOOK) 페스티벌’이 24일부터 3일간 칠암동 남강 야외무대에서 개최되었다. ‘책 속의 진주를 찾다’를 주제로 하는 이 페스티벌은 책과 관련된 볼거리와 체험 마당, 유명작가 초청 만남, 독서 골든벨, 북 콘서트 등이 성대하게 펼쳐졌다.
실제 2007년 ‘진주 책사랑 시민 모임’과 독지가에 의해 진주를 책의 도시로 만들자는 선포식과 “진주ㆍ진주사람ㆍ진주 책”이라는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이런 활동을 동참했던 필자로서는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진주에서 책과 관련된 대규모 시민참여 행사를 개최한 것을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며, 이러한 일에 노력하신 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진주는 책의 도시였다. 진주와 책의 연관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판각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다. 강화 대장도감과 남해 분사대장도감에서 판각작업이 이루어졌는데 남해가 당시 진주목에 속한 행정 관할 구역이었는데, 여기서 축적된 판각기술이 진주에서 책을 많이 출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분사대장도감에서는 대장경 이외에 문집도 간행되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이규보의 시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그의 손자 이익배가 하동 감무로 있을 때 칙명을 받들어 간행하였다. 그리고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더불어 고려의 3대 사서로 꼽히는 이승휴의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칙령으로 초간하였으며, 1354년 문신 최해의 ‘졸고천백(拙藁千百)’을 비롯하여 ‘중용’, ‘주자혹문(朱子或問)’ 과 사가판(私家板)인 설순의 시문집 ‘근사재일고(近思齋逸藁)’와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등을 간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권근의 ‘입학도설(入學圖說)’, 문익점의 ‘삼우당실기(三憂堂實記)’ , 강회백 강석덕 강희안의 3대에 걸친 ‘진산세고(晉山世藁)’, 하륜의 ‘호정집(浩亭集)’, 정이오의 ‘효은집(效隱集)’, 하연의 ‘경재집(敬齋集)’, 강희맹의 ‘사숙재집(私淑齋集)’ 등의 출간이 되었다. 더하여 남명 조식과 문인 등이 펴낸 문집 등은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조선시대에는 교서관을 설치하여 각판과 책판의 보존과 관리를 하였는데, 이 기록을 토대로 만든 ‘고사촬요’라는 책에 진주의 책판수가 전주, 경주, 평양에 이어 네 번째였다는 기록을 보아도 진주는 책과 밀접한 도시였음이 증명된다. 이러한 전통이 지방 신문의 효시인 경남일보에 이어지고 지방에 최초로 근대 활판인쇄시설을 도입되어 신문과 책이 간행되었다.
필자 주변의 지인들을 만나 진주가 책의 도시였다는 역사적 기록을 이야기하면 매우 놀라한다. 지금의 진주가 교육도시로 자리 잡은 것이 이러한 역사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으며, 도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생학습 도시로 가야함을 역설하면 당연한 것으로 이해를 한다.
그러나 정작 책의 도시, 교육의 도시에 대한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는 관심이 없거나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시민들이 책을 가까이 하여 언제 어디서나 시민이 원하는 학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시민에게 알리는 일을 하여야 하며, 시민은 매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여 평생 학습에 참여를 하여야 하고, 그 성과를 모으고 시민적 역량으로 발산시키는데 적극적인 참여를 하여야 한다.
진주시는 이런 축제를 먼저 개최한 타 지역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읽기를 권장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먼저 이번 북 페스티벌에서 제기된 문제점 - 준비 기간 부족, 시민사회단체의 광범위한 참여 미흡, 기존의 성과 계승, 유사한 성격의 축제 평가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한 보완 작업, 책의 도시 진주에 대한 역사적 기록과 전통 계승 발전 - 으로 제기된 것을 면밀히 검토 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기대한다.
이제는 평생학습도시 4년차를 맞이하는 진주시가 나서야 한다. ‘평생 학습 도시 진주’라는 이름에 걸맞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진주를 책 읽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나 평생학습도시는 민관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히 요구되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제 1회 진주 북 페스티벌은 첫 걸음을 시작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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