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한색과 문양의 조화 ‘청곡사영산회괘불탱’
독특한 한색과 문양의 조화 ‘청곡사영산회괘불탱’
  • 강미영기자
  • 승인 2020.04.02 17:5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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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불 중심으로 한 9존 형식 괘불탱
국보 제302호…녹색·청색 한색으로 구성
채색 공간 비움·규칙적인 빙열문 등 특징
1722년 3월 16일~4월 24일 40일간 그려
현재는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보관중
국보 제302호 청곡사영산회괘불탱.
국보 제302호 청곡사영산회괘불탱.

화려하고 선명한 꽃무늬 사이에 서 있는 석가가 당당히 설법을 하고 있다.


그 양 옆으로 연꽃가지를 들고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서있다.

청색, 하늘색, 연분홍색 등 뛰어난 보색 대비와 복잡한 꽃무늬와 장신구들이 그림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국보 제302호로 지정된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의 모습이다.

괘불이란 절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을 말한다.

문화재청은 최근 성보문화재연구원과 함께 ‘대형불화 정밀조사 보고서-청곡사영산회괘불탱’을 공개했다. 보고서를 통해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의 특징과 상태를 알아보자.

본존불.
본존불.

◆화려한 문양이 특징인 화면 구성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다보불과 아미타불,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를 대칭으로 그린 9존(九尊) 형식의 괘불탱으로 18세기 초반의 불화 가운데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전체적으로 여백 없이 화면을 가득 채웠으며, 불보살의 대의와 천의에도 문양을 빼곡히 그려 화려함을 보여준다.

정면을 향한 석가삼존의 구도는 문수보살의 오른쪽 어깨가 석가모니불 앞에 표현돼 있어 문수보살, 석가모니불, 보현보살 순으로 서있는 모습이다.

보살의 지물을 비롯해 어깨와 보발의 일부를 화면 계선 밖까지 나가도록 표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그림이 넘어가는 부분의 경우 윤곽선을 그림부분에 겹치지 않도록 그은 것으로 볼 때 의도적인 표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 다리 사이에 서기(瑞氣)를 표현했다.

이러한 표현은 의겸이 청곡사영산회괘불탱 이후 조성한 안국사영산회괘불탱, 운홍사괘불탱, 개암사영산회괘불탱의 신광에 표현된 서기의 모습과 유사하다.

따라서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신광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석가모니불 뒤로 서기를 표현하려 한 의도로 보인다.

존상의 안포 위치별 판독 가능한 범자.
존상의 안포 위치별 판독 가능한 범자.

◆범자와 화기 내용
청곡사영산회괘불탱 존상의 중앙계주, 미간, 눈 위, 눈동자, 눈 아래, 입술, 가슴 등에 범자가 기록돼 있다.

일부 미간과 눈동자, 입술부분에서는 보채로 인해 지워져 45자 정도가 확인되지만, 원래는 87자가 적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존상의 얼굴과 가슴에 범자를 적는 것은 점필(點筆)과 관련있다. 점필은 새롭게 조정된 불보살 모두 존귀한 상호를 구비해 예배의 대상으로 위의를 갖췄음을 나타내며 이를 위해 새로 조성한 불상에 종자 범자를 안포해 불보로 거듭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조상경’ 판본 중 가장 빠른 용천사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청곡사영산회괘불탱에 기록된 범자는 ‘조상경’의 ‘점필방’만을 따르고 있으며, 이후 제작된 괘불탱은 준제구자가 함께 적용됐다.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의 화기는 화면 하부 중앙에 화기란을 마련하고 조성 연대와 봉안처, 시주록, 산중노덕질, 연화질 등을 기록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강희육십일년임인사월인(康熙六十壹年壬寅四月日)’이라 적혀 있어, 1722년 4월에 괘불을 조성해 봉안했음을 알 수 있다.

화기 앞에는 주상삼전하의 만수무강을 발원하는 축원을 적고, 괘불탱 조성에 시주를 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시주록을 기록했다.

시주록은 10가지 품목을 시주한 173명의 이름이 기록 돼 있으며 그 중 죽은 이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신 시주한 것으로 보이는 이름도 기록돼 있다.

연화질은 괘불탱 조성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인물들을 기록했으며 지전은 소임을 세분화해 내지전과 외지전으로 나눠 기록했다.

화기 끝부분은 발원문과 함께 괘불탱을 조성한 기간을 간략하게 기록했다.

기록에 따르면 1721년 10월부터 5달 동안 시주를 모으고 괘불탱을 그려 봉안했다.

존상과 지물을 화면 계선 밖으로 표현한 모습.
존상과 지물을 화면 계선 밖으로 표현한 모습.

◆고유의 색을 이용한 채색 기법

색상은 육색을 제외하면 적색과 녹색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화면의 절반 가량이 녹색으로 채색됐다. 청색은 복식의 문양과 보현보살의 승각기 등에서 확인되며 주로 석청과 회청을 사용했다.

흑색은 석가모니불의 나발을 비롯한 보살들의 보발, 아난존자의 머리카락에서 강하게 두드러진다. 이는 2002년 보존처리 때 실시한 보채 흔적으로, 전체적인 괘불탱의 색상과는 다소 이질적이다. 그 외의 두광에서도 녹색을 보채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색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징을 이용해 색상 단계를 청색 계열의 색상 단계(휘 채색)으로 표현했으며 녹색과 청색을 한색으로 구성한 것 역시 다른 괘불탱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1722년 수화사인 의겸과 9인의 화원이 제작한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의겸의 다른 작품인 다보사괘불탱과 개암사영산회괘불탱과 유사한 특징이 나타난다.

문양 특징 중 하나는 ‘공간 비움’이라는 채색기법인데 휘 채색의 1빛 바깥부분을 채색하지 않고 비워둬 바탕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색을 빈 공간의 색으로 형성하는 기법이다.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의 공간 비움은 주로 복식의 끝단에 위치해 있는 테두리에서 공통저긍로 보이며, 일부 영락이나 복식의 문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끝단 테두리에 있는 녹색의 휘채색을 살펴보면, 1빛인 백록색 다음 백색 선이 그어져 있고 그 다음 흑색 선을 경계로 면이 나눠지는데 공간 비움은 이 두 선 사이에 위치해 있다.

차지하는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에 빛 단계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백색과 흑색 사이에 공강을 비우고 있어 색상 구분을 좀 더 분명하게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공간 비움을 의겸이라는 화승으로부터 시작된 고유한 문영의 패턴이라 가정한다면 석가모니불의 복견 끝단에 시문된 빙열문 또한 의겸 화파의 특정 문양으로 볼 수 있다.

‘빙열문(氷裂紋)’은 지금까지 조사에서 관찰되지 않은 독특한 문양이다.

빙열문이란 도자기에서 불규칙적으로 생긴 유약의 균열로 마치 얼음이 잘게 깨진 것과 유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빙열문은 면이 각지고 불규칙한 것이 특징이지만 청곡사영산회괘불탱에서는 규칙적이고 패턴화 된 형태를 보여준다.

특히, 이 문양은 적색 계열로 휘 채색한 자방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꽃잎이 펼쳐지고, 이를 오각형 꽃잎이 이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이다.

또한,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지금까지 다른 괘불탱에서 보이지 않았던 석록과 석청(또는 회청)의 중첩 채색이 관찰된다.

간혹 채색의 오류로 다른 색을 겹쳐 채색한 경우도 있으나, 이 작품은 오류 수정 과정이 아닌 중첩 채색 과정에서 나오는 색상 효과를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육안상으로 보현보살이 청색이 좀 더 채도가 높으며, 문수보살의 청색은 무거운 듯한 색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문수·보현보살은 석가모니불의 양 옆을 협시하면서 대칭을 이루고 있지만, 색재를 사용함에 있어 복식과 문양 표현에서 차이를 두고자 했던 의도로 해석된다.

제자인 아난존자의 머리카락에서도 단일색의 청색이 아닌 석록 바탕 위에 중첩 채색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처럼 두 가지 색재의 중첩을 통해 색상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는 좀처럼 확인되지 않는 실험적 시도이다.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에 위치한 청곡사 영산회상전 전경.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에 위치한 청곡사 영산회상전 전경.

◆보존 관리 실태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1997년 국보 지정 이후 2002년 한차례 보존 처리를 했으며, 2018년 11월에 보존 상태 조사 및 응급 보존 처리를 했다.

현재 청곡사영산회괘불탱은 청곡사 영산회상전의 구조적 결함으로 인해 보존 환경이 적합하지 않아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으며 하부에서 일부 가로 꺾임이 확인되지만 전체적으로 심하지 않아 양호한 편이다.

다만 습해로 인한 오염 얼룩과 일부 바탕천이 접착력 약화로 들떠 있고, 녹색 안료의 분말화 현상도 관찰된다.

불보살 머리 부분의 경우 하부 채색층인 남색 위에먹이 아닌 카본블랙이라는 흑색 안료가 도포돼 있다. 이 안료는 손을 대면 그대로 검은색이 묻어나오며 주변에도 부분적으로 오염돼 있다.

청곡사영산회괘불탱 관찰 결과 바탕화면 직물은 마(麻) 직물로, 배접지의 섬유는 닥나무 인피섬유로 확인됐다.
상축은 소나무과 미송속의 목재를 사용해 제작됐다.

미생물 분석 결과 대부분 구역에서 푸른곰팡이로 알려진 Penicilium sp.를 비롯한 Aspergillus flavus, Cladosporium sp.와 다양한 버섯류 곰팡이 등 13종류의 곰팡이가 동정됐으며 세균은 배양되지 않았다.

참고문헌 대형불화 정밀조사 보고서(문화재청, 성보문화재연구원, 2020년). 강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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