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팔만대장경과 연등회(燃燈會)
진주성-팔만대장경과 연등회(燃燈會)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05 15:4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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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팔만대장경과 연등회(燃燈會)

고려시대 때 부처의 힘을 빌려 몽골 침략군을 물리치기 위해 제작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나라를 지키고자 노력한 고려의 혼이 담긴 불교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1011년 고려는 거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은 1087년 완성됐지만 몽골군의 침입으로 1232년 불에 타 없어지고 말았다. 이후 고려는 1236년부터 대장경판을 만들기 시작해 1251년 완성했는데 이것이 바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다.

팔만대장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으로 8만 장이 넘는 경판에 5200만 자가 넘는 글씨가 새겨졌다. 76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완벽한 목판으로 남아있는 팔만대장경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며 1995년 유네스코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인 ‘해인사 장경판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2007년에는 팔만대장경판이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불교 문화재의 정수인 팔만대장경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불교문화재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인 연등회(燃燈會)가 올해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화재청이 올해 12월 여부가 결정되는 연등회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힘을 쏟기로 하면서다. 지난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된 연등회는 불교계를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 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연등회는 팔관회와 더불어 신라시대에 시작되어 고려시대 국가적 행사로 자리 잡은 불교 법회이다. 우리나라 연등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사기>에 신라 경문왕 6년(866) 정월 15일과 진성여왕 4년(890) 정월 보름에 황룡사로 행차하여 연을 보았다는 기록이 있다. 1000년 전에 이미 사찰에서 등을 밝혀 연등회를 연 것이다. 또 고려사에 따르면 사월 초파일에 연등회를 열어 밤새도록 연희를 벌인 것이 오늘날 사월초파일 연등회로 계승된 것이다.

연등은 등에 불을 켜 놓음으로써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계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의 공덕을 기려 선업을 쌓고자 하는 공양의 한 방법이다. 윤사월 초파일에는 코로나19의 고통도 연등을 통해 소멸되기를 빌어보자. 연등회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반드시 등록되어서 팔만대장경과 함께 불교문화의 우수성과 정수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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