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내 마음의 노래
도민칼럼-내 마음의 노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08 16:1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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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내 마음의 노래

초등학교 때부터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내 마음의 노래가 이었다. 꿈을 잊고 ‘내 마음의 노래’도 잊고 살다가 다시 부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 60이 넘고 부터다.

허송세월을 보내버리고 이제야 시를 쓰고 글쓰기를 하다 보니 내 나이가 얼만데 하는 생각에 조급한 맘을 달랠 수 없다. 세월이 참 빠르다. 잠시 눈 감았다 뜨면 아침이 되고 또 하루가 가버린다. 빠르게 지나가는 낮과 밤을 문설주에라도 잡아 매 놓고 싶은 심정이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 는 말도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가 먹고 마시며 잠을 자며 생활 하는 동안에도 흐르는 물처럼 지나가며 흘러간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세월이 빠르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쏜 살 같이 지나간다고 표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시편(90:10)기자는 인생을 말하기를 사람의 수명을 6~70년이며 길어야 7~80년 살며 빨리 지나가버리니 아침안개가 해가 뜨면 곧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어린 시절 어른들이 세월이 유수와 같다느니 쏜살같다느니 이런 말들을 들었던 그대로 지인을 만날 때마다 자주 한다.

옛날 초등학교 때다. 아버지는 한글을 읽기만 할 뿐 아예 글쓰기 하시는 것을 보지를 못 했으며 어머니는 읽고 쓰기는 자유로웠지만, 당시에 서울이나 멀리 떨어진 형님이나 친척들에게 편지 쓰기를 시키면서 용건 외에는 말해주지 아니 하셨으니 나에게 글쓰기 교육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때 편지를 쓸 때 첫머리에 세월은 유수와 같다든지 쏜 살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말을 사용했으니 지금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한 낟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아이가 세월은 유수와 같고 쏜살처럼 빠르다는 말을 편지를 쓸 때 인용함은 진정으로 세월이 빠름을 느껴서가 아니다. 편지를 잘 쓴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꾸며 쓴 것이다. 부모님은 편지를 잘 쓴다며 칭찬을 많이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은 글짓기를 잘 한다고 칭찬을 하면서 주산부에서 문예부로 옮겨 주신 적이 있다. 물론, 크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있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이때부터 나의 꿈은 돈을 많이 벌어 마을 앞에 들 논을 많이 사서 농사를 짓겠다는 꿈에서 급회전해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는 꿈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며 지휘자인 정명훈 선생은 어렸을 때 어머니로부터 ‘너는 어쩜 그렇게도 피아노를 잘 치니’ 이 말 한 마디가 자기를 지금의 자리로 서게 했다고 말 했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빌게이츠로 손꼽히는 소프트뱅크를 일군 손정의 회장은 재일교포 3세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내 아들이 천재라고 자랑을 했던 소리를 듣고 열심히 공부를 하고 노력해 오늘의 부와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내 어렸을 때 초등학교 시절에 어머니와 담임 선생님께서 ‘글짓기를 잘 한다’ 고 칭찬 해 주셨던 말씀이 어린 내 맘속에는 ‘내 마음의 노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빨리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싶어 했었는지 모른다. 하루 한 달 일 년을 손가락을 꼽으며 세고 했지만 시간과 날 그리고 달, 년(年)은 더디기만 했었다.

이렇게 지루 할 정도로 느리기만 했던 세월의 삶은 2~30대를 지나고 4~50대를 지나고 어영부영 60이 넘고부터는 하루가 금방이고 1년이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내 마음의 노래’였던 시인이 되고 소설가가 되는 꿈은 워낙 가난한 집에 태어나 내가 꿈꿨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기에는 너무 벅차기만 했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 동물이다. 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나에게 처해진 주변 환경은 호락호락 놓아 주지를 안했다. 늙으신 부모님을 모신다는 미명아래 반듯한 들논 한마지기 없이 산 너머 천수답 농사를 서른이 다 되도록 매달렸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듯 결혼해 자식을 낳고 기르느라 어릴 때 꿈이었던 시를 쓰고 글을 쓴다는 것은 깜박 잊은 채 허송세월만 보내고 말았다.

어느 날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어렸을 때 꿈을 되살려 낸 것이다.
도둑질 하는 법을 늦게 배운 도둑이 재미가 있어 날이 새고 있는 줄을 모른다. 는 말처럼 글쓰기 꿈을 늦게야 깨달은 나는 매일매일 초등학교 때부터 불렀던 ‘내 마음의 노래’부르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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