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내 생전 가장 스산한 봄을 보내며
시론-내 생전 가장 스산한 봄을 보내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12 14: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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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수필가
이호석/합천수필가-내 생전 가장 스산한 봄을 보내며

3월이 되자, 인근 마을 여기저기에서 매화꽃을 시작으로 산수유, 살구, 자두꽃 등이 차례로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고, 주변의 산야에는 제비꽃, 할미꽃, 진달래꽃과 이름 모를 온갖 풀들이 꽃을 피우며 광활한 자연의 봄 무대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또 얼마 전 며칠간은 전 국토의 도로변 곳곳에는 개나리와 벚꽃으로 물들이며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렇듯 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며 생동하고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러나 그중 ‘4월은 잔인한 달’로 부르기도 한다. 이는 외국 어느 시인의 시어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주동이 된 민주화를 향한 많은 사건이 4월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우리에게 자연스레 고착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이 광활한 대지를 아름답게 꾸미는 봄, 영구불멸의 자연 앞에는 어떠한 잔인함도 순간일 뿐, 모두가 흡입되어 소멸한다.

매년 봄이 되면 많은 국민이 전국 곳곳으로 몰려다니며 봄의 향연을 맘껏 즐겼다. 올해도 자연의 아름다운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를 유혹하고 있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가장 쓸쓸하고 우울한 봄이다. 올봄은 우리가 가끔 이맘때면 회자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란 말조차 사치스러운 너무나 암울한 봄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면서, 그 일환으로 최저 임금제, 주 52시간 근무제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어 국민들에게 또 다른 기대를 하게 하였다. 그러나 아직 이 정책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탓인지, 기대와는 달리 전 세계로 명성을 떨치며 활기차게 뻗어가던 대기업들조차 존재 자체를 의심할 정도로 침체하여 의기소침해하고 있다. 또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속출되면서 낮은 급여의 일자리조차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감염병이 끝날 줄 모르고 있고, 지금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모든 사회를 얼어붙게 하여 경제 붕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 여파로 우리 국민의 생활과 마음도 한량없이 피폐해지면서 실의에 젖어 있다. 정부에서는 침체한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마음을 다독거리기 위해 수십조 원의 돈을 쏟아 부며 안간힘을 쓰고 있고,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갖가지 명목으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경제 기반이 무너진 현상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까 염려된다.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과도한 복지 정책에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국가 살림이 그야말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 같다. 그런데도 ‘재난 기본소득’ 이라는 명분으로 또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부으려고 한다. 이러한 조치로 경제가 조금이라도 회생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국민들에게 나태심과 의타심만 더 키워 정신까지 황폐화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2, 3월에 개학해야 하는 각 급 학교가 지금까지 개학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부터 온라인 교육을 시행하는 등 교육정책 전반에도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심각한 경제 침체와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감염사태로 전 국민은 지금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렇게 좋은 봄날에 향긋한 봄 향기도 마음 놓고 음미하지 못하고, 그 화려한 봄꽃놀이도 가지 못한 채,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너무나 갑갑하고 스산하다. 모든 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는 심정이다.

이러한 국민의 고통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현 정부와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 매우 크다. 그들이 자기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거나 능력이 부족하여 국민의 고통을 이렇게 가중 시키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게 갑갑한 현실이지만, 4월 15일 또 우리를 대표 할 제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모두가 선거에 꼭 참여하자. 그리고 이번만큼은 어떠한 유혹도 뿌리치고 반드시 능력 있고,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그런 충정을 가진 소신 있는 사람을 가려 뽑자. 그래야 이 갑갑한 감옥 같은 생활 속에서 작은 희망과 기대라도 가져 볼 수 있고, 어려운 처지의 나라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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