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천심(天心)과 천벌(天罰)
칼럼-천심(天心)과 천벌(天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13 15: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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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화가-천심(天心)과 천벌(天罰)

천질, 곧 천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우한 바이러스를 겪는 모습에서 각 나라의 운영체제, 정치력, 문화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유럽의 열정적인 개인주의는 높은 전염율과 사망률로 돌아왔다. 미국은 고가의 의료시스템과 비용에 국민들이 가깝게 다가갈 수가 없었고 쉽게 본 초반 대처에 최대의 피해를 보고 있다. 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은 정치적 이유로 정보를 숨기다가 ‘도쿄는 제2의 뉴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앞두고 있다. 일본은 국가를 위해 국민이 있다는 문화가 있어 국민을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었다. 중국은 나라 위에 공산당에 있으니 발원지임에도 초기 정보차단과 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죽거나 사라지는 모습에서 독재국가의 폐단을 전 세계에 노출하고 있다. 지탄과 책임을 비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의 외출을 금한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경찰이 국민을 마구 대하는 모습은 실소와 연민을 자아낸다.

남미에서는 진료를 포기하는 국가가 속출하고 의료시스템 붕괴가 사회시스템 붕괴로 이어져 시신이 대량으로 방치되고 있다. 우리는 겨우 방어벽을 치고 있으나 기존의 사회적 시스템은 이미 부서져 버렸다. 수출이 곧 먹거리인 우리는 우한 바이러스의 안개가 걷힌 후 그 자리에 경제 바이러스가 이미 창궐하고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보게 될 것이다. 베트남, 태국등 세계의 곡창지대는 자국민을 위해 곡물 수출을 금지하였다, 우리 국민의 식량 자급률은 20%이고 가축들의 사료까지 치면 8%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식량부족은 사치품이나 의료품 부족과는 달리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는 생사 직결의 문제이다. 병은 마음가짐에서 오가기도 한다. 음험한 마음보다 사랑이 넘치는 밝고 당당한 마음은 면역력을 극대화한다.

한민족의 진리인 참전계경(參佺戒經)에는 ‘흑전’(黑箭, 제218사)편이 있다.
‘흑전이란 어두운 곳에서 사람을 쏘는 것을 말한다. 지혜로 활을 쏘는 것은 남과 같이하지만 작은 꾀로 활을 쏘는 것은 반드시 자기 혼자 하는 법이다. 차라리 지혜로 할지언정 꾀로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 사냥꾼이 잠자는 짐승을 죽이지 않는 것이 바로 어진 마음이니 사람이 어질지 못하면 결국 사람의 도리를 잃어 재앙이 덮쳐 누른다’
(黑箭者 暗地射人也 智箭 惑兼人 謨箭 必由己 寧可智 不可謨 獵不殺宿 仁也 人而不仁 貶人道 貶人道者 其禍仰賁)
아무리 급해도 사람의 도리를 잃고 거짓으로 남을 모함하는 것을 하늘로부터 오는 화근, 곧 천벌을 막을 길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조상님들이 지금의 후손들이 엮어가고 있는 세상에 전하는 엄한 진리요 무서운 예언이다.

프랑스에는 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1503~1566)가 있다면 조선에는 그에 못지않은 대예언가로 ‘남사고’(南師古 1509~1571)가 있다. 같은 세대를 살아간 두 사람은 예언도 겹치는 내용이 많다. 남사고의 저서 격암유록(格庵遺錄)에는 불바다를 이룬 인류의 대전쟁에 이어 하늘이 내린 천질(天疾)과 아침에 걸려 저녁에 죽는 급질(急疾)에 대한 예언이 있다.
“하늘에서 불이 날아 떨어져 인간을 불태우니 십 리를 지나가도 사람 보기가 힘들구나. 방이 열 개 있어도 그 안에 한 사람도 없고 한 구획을 돌아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불이 만 길에 퍼져있으니 사람의 흔적은 멸하였고 귀신 신장들이 날아다니며 불을 떨어뜨리니 조상이 천이 있어도 자손은 하나 겨우 사는 비참한 운수로다. -중략- 이름 없는 괴질병은 하늘에서 내려준 재난인 것을. 그 병으로 앓아 죽는 시체가 산과 같이 쌓여 계곡을 메우니 길조차 찾기 힘들더라.”

모든 예언서가 그렇듯이 상징과 은어, 파자등의 한자로 쓰여 있으니 높고 독특한 지혜가 아니면 해독이 거의 불가능하다. 종교적으로도 해석하기도 하지만 올바른 수행을 통하면 몸으로 깨우칠 수 있는 과학적인 서술이기도 하다. 두 차례 세계 대전과 핵과 미사일, 폭격기 등의 전쟁과 뒤따라오는 이름 모를 각종 질병으로 인한 아비규환의 지구촌 판데믹을 이미 500여 년 전에 마치 보고나 있듯이 그려내고 있다.

참극을 막아내는 국가의 실력은 정권의 비정치적인 정보의 투명성, 정부의 효율적 행정시스템과 공직자의 헌신, 높은 시민의식에 달려 있다. 지구를 휩쓰는 전쟁과 병마의 환난에서부터 가치롭게 살아남는다는 것은 국력의 모든 것의 모든 것이 아닐 수 없다.
옛님들의 예언과 지금의 현상이 보여주는 ‘경고’를 결코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한다.

총선이 코앞이다. 이 땅의 정치가들은 부디 거짓을 일삼지 말고, 남의 공을 가로채지 말고 검은 화살을 이리저리 날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맹렬히 고치지 않는다면 흑전(黑箭)은 천심에 의해 천벌이 되어 정확하게 자신에게로 되돌아올 것이다.
천심을 잃으면 천벌이 닥치는 법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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