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부부(夫婦)간의 신뢰(信賴)
진주성-부부(夫婦)간의 신뢰(信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16 16:0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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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부부(夫婦)간의 신뢰(信賴)

생활문화(生活文化)의 바탕은 가정에 있고 가정의 바탕은 부부에 있다. 남녀가 만나 한 부부로 가정을 일구어 부모가 되자면 무엇보다 서로 믿고 의지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부부의 사이는 신뢰가 두터울수록 가정이 건강한 생활문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부부사이의 신뢰는 돈독(敦篤)해질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부모의 뜻에 따라 혼사가 결정되었다. 부모가 맺어준 인연을 천생연분으로 알고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다.

결혼한 남녀는 동심일체(同心一體)의 이념(理念)을 철저하게 강요받았다. 조선시대의 부부의 이념은 남존여비의 불평등을 숨겨두고 있었다. 주역(周易)의 천존지비(天尊知費)에서 상하(上下)를 정하고 귀천(貴賤)을 따지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주역이 하늘을 높(高)고 땅은 낮다(卑)고 할 뿐 높은 것은 귀(貴)하고 낮은 것은 천(賤)하다고 하지 않는다. 높은 것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낮은 것은 위로 올라간다는 음양(陰陽)의 움직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 계급을 만들어 복종의 관계로 규정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늘(天)과 땅(地)을 차별하기 위하여 천존지비(天尊知費)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의 기운을 살펴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음양은 서로 상통하는 기운이다. 양은 항상 양이고 음은 항상 음이라는 것이 아니다.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된다는 것이 음양의 상통이다. 그러므로 남녀를 음양으로 보는 것은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통하는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면 음양사상은 평등사상으로 맥을 잇고 있음을 알 것이다.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어 동심일체로서 부모가 되어 가정을 일구어 간다는 것을 대사(大事)라고 한다. 부부의 두 마음이 하나로 됨이 일체이다. 부부 사이에 딴 마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동심이요 부부는 떨어져 있는 별개의 몸이 아니라는 것이 일체이다. 그러므로 동심일체라는 부부의 이념은 남녀평등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부부생활의 근본정신이다.

부부가 동심을 이루려면 먼저 서로의 욕(慾)을 줄이려고 하면 쉽게 이룰 수 있는 덕목(德目)이며 부부가 일체를 이루려면 서로의 몸을 아껴주면 쉽게 이룰 수 있는 덕목이다. 사랑하는 부부는 연애감정으로 사는 부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의지하면서 항상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함께 살면서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건강한 가정을 성ㅇ취하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부부이다. 서로 신뢰하는 부부가 이루는 가정이 사회를 바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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