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야당 참패와 홍준표의 부활
강남훈 칼럼-야당 참패와 홍준표의 부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16 17:4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야당 참패와 홍준표의 부활

전국 253개 지역구 당선자가 모두 가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63석,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84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의 압승(壓勝)이다. 비례대표 의석까지 포함하면 모두 180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당초 지역구에서 130여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130+α’를 전망할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특히 수도권 121개 선거구에서 80%이상을 차지해 야당을 압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힘을 모아준 결과”라고 했다. 통합당은 선거초반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공천 파동’과 ‘막말 파문’ 등이 겹치면서 비례대표를 포함해 100석을 겨우 넘겼다. PK, TK 등 영남에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에선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황교안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번 총선 결과 여야 잠룡(潛龍)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야를 대표하는 대권주자가 맞붙은 서울 종로의 경우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가 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큰 표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황 대표는 종로지역 선거에 전력투구했지만 초반 열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승리한 이 전 총리는 대권가도에 탄력을 받게 됐다. 통합당은 황 대표 외에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광진을), 나경원 의원(동작갑),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세종을) 등 대권 후보들이 줄줄이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은 대권 후보조차 구하기 힘든 처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이 패배했지만, 김두관 의원(양산을)은 지역의 높은 벽을 극복하고 승리해 ‘PK 대표주자’가 됐다.

이번 총선 승리자 중 주목 받고 있는 잠룡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재선의 경남도지사, 대통령 후보, 당 대표 등 화려한 경력을 앞세운 그는 당초 고향(경남 창녕)에서 금배지에 도전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수도권 험지출마’를 권유했고, ‘PK 수비대장’을 자처하며 경남의 험지인 양산을로 옮긴 그에게 ‘컷오프’라는 초강수를 두며 끝내 외면했다. 이에 반발한 홍 전 대표는 ‘이번 공천은 막천’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당초 고향과 양산을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2022년 대선에 재도전하기 위해선 ‘국회의원’이라는 교두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정권 심판’을 내세운 마당에 이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여당 후보만 유리하게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대구로 방향을 틀었다.

그에게 대구는 초중고를 다니며 젊은 꿈을 불태웠던 곳이었고,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에다 지난 대선 때 어느 지역보다 공을 많이 들였던 지역이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세 번이나 지역구를 옮긴 그는 대구 도착 일성으로 ‘(대구로) 정권을 가져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대구의 ‘정치 1번지’인 수성을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발휘되는 순간이었고, ‘대권 탈환’이라는 그의 전략은 주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권자들의 열기는 점점 고조됐다. 그는 페이스북에 “정치 25년 동안 이렇게 환대받고 환영받는 선거는 처음 해 본다”고 했다. ‘대구행복론’도 계속 예찬했다. 그 결과 당초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통합당 후보를 2.8% 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당선되면, 수성을이 달라지고, 대구가 달라지고, 야당이 달라진다고 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달라진다며 “좌파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나라로 바꾸고, 대구로 정권을 가져오겠다”고 호언했다. 그는 당선 첫 일성으로 “미래통합당이 보수우파 이념과 정체성을 바로잡고, 2022년 정권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다시 시작 하겠다”며 조속한 복당(復黨)을 언급했다. 그는 정치인생의 최대 위기를 과감한 결단으로 돌파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화려하게 부활(復活)했다. 야당이 참패하고, 통합당 내 잠룡들이 전멸한 시점이기에 보수세력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부활한 그의 향후 행보를 다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