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통합당 ‘탈영남’·‘830세대’가 출구 될까
길 잃은 통합당 ‘탈영남’·‘830세대’가 출구 될까
  • 연합뉴스
  • 승인 2020.04.21 18:09
  •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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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서 낙선’ 청년 후보들 “젊은 바퀴 빠져있다”…당내 입지가 관건
“영남권 2선 후퇴해야 전국정당 가능”지적도…의원·당선인 전수조사 관심
▲ 미래통합당 김종인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에서 열린 도봉갑 김재섭, 도봉을 김선동 후보 유세에서 두 후보의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를 계기로 한 쇄신 방안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청년’을 전면에 내세우고 영남권 인사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에는 통합당이 서울과 수도권의 몇몇 상징적인 지역과 영남 지역만 가진 ‘영남 자민련’ 수준의 지역 정당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당을 원천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이번 총선에서 대다수 중진들이 퇴장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만한 인물이 없고, 차기 지도체제 논의가 방향성 없이 표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같은 ‘혁신’을 실행하기 좋은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세연 의원을 필두로 ‘830세대’(19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가 중심이 되는 정당으로 과감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당 해체’를 주장했던 김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다시금 당 해체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실적으로 당 해체가 어렵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최선이고, 그 이후에는 세대교체를 위해 '830세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정치적 경험과 무게감이 작아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30대에 보수당 당수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의 예를 볼 때 불가능하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830세대’로 서울 도봉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재섭 후보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당은 너무 낡았다”며 “신구(新舊) 세대가 어울려 두 바퀴처럼 굴러가야 하는데, 통합당에는 '젊은 세대'라는 바퀴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원내에 진입한 ‘830세대’가 워낙 적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당이 이들을 ‘키우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1대 통합당 지역구 의원 84명 가운데 ‘830세대’에 해당하는 인사는 배현진(서울 송파을) 정도다. 40대까지 포함해도 10명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김재섭 후보를 비롯해 이준석(서울 노원병) 최고위원, 송한섭(서울 양천갑)·김용태(경기 광명을)·천하람(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후보 등은 모두 이번 선거에서 생환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84명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56명이 영남권인 극심한 쏠림 현상 속에서 영남권 인사가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역발상’에도 시선이 쏠린다.

역시 서울을 지역구로 둔 이혜훈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영남과 전국 민심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영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아무래도 영남 민심을 대변해야 하는 만큼, 우리가 더 얻을 필요가 있는 비영남 민심을 위해 이들이 2선으로 퇴진하는 방안은 의미가 있고 일견 타당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성중 의원도 전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 ‘영남권으로 너무 치중되면 과거의 (좋지 않은) 선례가 있지 않나’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전했다.

영남이 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인 것은 사실이지만 당의 확장성 측면에서 전국 민심에 방점을 두고 ‘영남당’의 이미지를 빼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미다.

통합당은 이날 현역 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인들을 대상으로 당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전수 조사한다.

비대위 전환 여부와 비대위로 전환할 경우의 비대위원장 후보군, 비대위의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는 의견이 갈리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초선 의원 40명을 포함한 당선인 의견이 반영될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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