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편견 없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기고-편견 없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22 15: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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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성/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장
강일성/국민연금공단 진주지사장-편견 없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4월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드는 ‘가장 잔인한 달’이다. 예년보다 빠른 꽃 소식에 짧지만 강렬한 봄을 온 몸으로 즐기려는 순간, 세월호가 남긴 엄청난 시련과 슬픔은 다시금 잔인한 계절을 뇌리에 각인시킨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각종재난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 다양한 질병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도 중요해지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각종 사고와 질병에 노출되는 현대인에게 후천성 장애는 피할 수 없는 소나기 같다. 온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장애는 ‘그들만의 숨기고 싶은 진실’이 아니라, 우리에게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잠재적 일상’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2012년에 인구 5000만명을 돌파했다.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을 상징하는 ‘20-50클럽’에 7번째로 가입했다. 장애인은 2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소도시 및 군 지역은 장애인비율이 평균 보다 훨씬 높고, 경남 서북부지방의 군 지역은 대략 9%에 육박한다. 특히 노인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은 장애인 비율도 높다. 세월이 흐르면서 진행되는 신체 노화는 자연스럽게 장애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하고, 시민사회의 의식수준이 향상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많이 사라졌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나 혜택을 ‘온정적인 시혜’가 아닌 장애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한다. 이는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기 위하여 장애인단체가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정부는 그동안 비인간적인 차별제도라는 비판을 받은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고,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의학적 기준 이외에 근로능력과 복지욕구를 고려하여 장애를 종합적으로 판정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연금액을 지금보다 2배 인상하고, 장애인활동지원 대상자를 확대하여 소외된 장애인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가장 잔인한 계절에 헬렌 켈러(Helen Keller)를 떠올린다.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으며 말도 못하는 3중 고통을 겪었지만, 우리가 아무런 감흥 없이 보내는 일상적인 삶을 동경하면서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고,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보라”고 주문한다.

얼어붙은 황량한 대지에 연둣빛 새싹을 피우는 것은 봄바람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이다. 장애인은 ‘나와 다른 하루를 살아갈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응원할 때 우리 사회는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

2007년 이후부터 국민연금공단은 장애등급심사, 장애인활동지원, 기초수급자 근로능력평가 등 다양한 장애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버리고, 찾아가는 서비스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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