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내 마음의 노래(2)
도민칼럼-내 마음의 노래(2)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23 15: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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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내 마음의 노래(2)

지난 60여년을 돌아보니 정말 아등바등 살아왔다. 슬프고 힘들었던 일을 당할 때는 누구 보다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찾아오는 것 같아 좌절도 했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기쁘고 즐거웠던 행복한 시절도 있었다.

어떤 이는 행복했던 시절은 결혼하기 전 연애시절과 신혼 시절을 얘기를 하고 어떤 이는 자녀를 낳아서 키울 때가 행복했다고 말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일단 부모를 떠나 결혼하여 살게 되면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 가족을 이끌어 나가야 할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집안 환경이 부유해서 좋은 일류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들어가고 유산을 많이 물러 받는 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이런 조건들은 해당사항이 없었다. 가장으로서의 직무를 감당하다보니 잠시도 뒤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정말 숨 가쁘게 살아 왔다. 살아온 삶 중에 제일 행복했던 때를 말하라하면 초등학교 때를 말하고 싶다. 그 때는 나에게 따라 오는 책임이 없다. 부모슬하에선 밥만 먹고 학교에만 가면 되었으니 그 때를 꼽는다.

초등학교 시절이라고 해서 6년 동안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가을 운동회 때가 되면 다른 친구들은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렇지만 나는 운동회 날이 결정이 되는 그날부터 스트레스와 고민에 빠졌었다. 이유는 나는 운동에는 소질이 없어 역시 달리기를 못하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아이들 보다 승부욕이 강해서 인가 그런 생각도 해 본다. 달리기를 할 때 마다 꼴찌를 하거나 뒤에서 1~2등을 하니 부모님 보기에 미안 하고 형제들에게도 떳떳하지 못했다.

나의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에 제일 많이 스트레스 받았던 때는 또 있었으니 음악시간이었다. 운동회는 일 년에 한 번이지만 음악시간은 일주일에 2~3시간씩 시간표에 들어있었다. 그 때 초등학교 음악시간에는 지금 보다 실기(實技)를 중요시 했는가 모른다. 어떻든 이론 공부는 다른 친구들과 진도가 같이 간다. 아니 앞서간다고 해도 된다. 그렇지만 앞에 나와서 노래 부르기를 할 때는 평소 때는 잘 나오던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소리가 나오기 전에 미리부터 성대가 떨고 있음을 느꼈다. 음악 시간만 되면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른데 눈을 돌리고 있는 나에게 매 음악시간만 되면 여지없이 선생님은 나를 지목을 했다. 그 때는 음악시간만 되면 나를 앞에까지 불러내 노래 부르기를 시켰던 선생님이 왜 그리 미웠는지 모른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불효자는 웁니다가 내 마음의 노래가 되어버렸다. 고 설명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음치에다 노래 부르기에는 소질이 제로였다는 걸 설명했다.

불효자는 웁니다가 내 마음에 노래로 삼았던 계기가 된 어느 날이다. 친구들과 1차는 식당에서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하고 2차 노래방을 갔다. 노래방 도우미가 진 방남 원로가수가 불렀던 불효자는 웁니다. 라는 노래를 감정을 넣어 울음이 북 받힌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가 어찌나 내 맘속에 와 닿았는지 모른다. 그날 노래방 도우미는 자기 어머니와의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모른다. 이날 나는 불효자는 웁니다. 노래를 다시 선곡해 불렀다. 평소 때 어머니를 잘못 모셨음을 자책을 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맘으로 부르니 내가 생각해도 노래가 잘 불러진 것 같았다. 이 날 이후부터서는 친구들과 노래방을 갈 때마다 나의 18번지 노래가 되고 ‘내 마음의 노래’ 가 되어버렸다. 요즘은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도 내가 일부러 선곡을 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마칠 시간이 되면 이 노래를 선곡을 해 준다. 마지막 시간을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님을 원통해 불러 보고…’내가 마이크를 잡고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유일하게 불효자는 웁니다 뿐이다.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을 때는 ‘내 마음의 노래’가 되어버린 불효자는 웁니다 를 부르며 대미(大尾)를 내가 장식을 한다.

지금은 ‘내 마음의 노래’가 되어버린 불효자는 웁니다 라고 시도 때도 없이 되뇐다. 부모님 돌아 가신지가 2~30년이 넘었다. 평생을 고생만 하시면서 요즘처럼 살기 좋은 세상에 호사 한번 누리지 못하시고 돌아가시더니 결국은 이 노래를 내 마음의 노래로 지정곡으로 부르게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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