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눈을 들어 산을보라
아침을 열며-눈을 들어 산을보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23 15:3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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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
허만선/참전용사·국가유공자-눈을 들어 산을보라

유년시절 비온 후 먼 산을 보면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상서로운 기운이 서려있는 무지개를 잡으려고 가까이 가면 더 멀리 가버리는 무지개는, 우리네 인생이 꿈꾸는 사막의 신기루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처럼 봄이 언제 왔다가 갔는지, 꽃이 만개해도 즐거운지 모르고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에 갇혀, 전 세계가 정치 경제 문화등 모든 삶의 형태가 주저 앉고 있음에 전율을 느끼면서, 눈을 들어 먼 산을 보며 우리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깊이 생각해 보았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도 좋지만,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환경파괴는 앞으로 더욱 미증유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고, 종말론을 주장하듯 파멸을 우리 스스로 초래할지 모른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나라가 하루 속히 시련에서 벗어나려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국론은 좌와 우로 갈라져 있고, 그 틈새에서 이득을 취하는 악한 자들도 기승을 부리니 양식 있는 자들은 슬프다.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아무도 천국에 들어 갈수가 없다고 하듯, 돌아갈 순 없지만 순수했던 유년의 꿈을 무지개를 찾아보면 좋겠다. 무지개의 일곱 색깔엔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빨강은 사랑이고, 주황은 인내이며, 노랑은 겸손, 초록은 성숙 또는 풍성함을, 파랑은 소망, 남색은 열매, 보라는 용기를 나타낸단다. 즉 우리가 손에 잡고자 애쓰는 행복의 빛깔이 무지개 속에 있는 것이라고.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행복이 무지개랑 닮아 있고, 저 멀리서 손짓 하는 것만 같다. 지금도 산촌에선 천국의 눈이라 불리는 별들이 쏟아져 내릴 듯 빛나고 있지만, 욕망만 꿈틀대는 도시의 밤하늘엔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이든 도시인들은 TV의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에 빠져들고 있단다.

여행을 직업삼아 세계를 유랑하여 칼럼‘여행기’를 쓰는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내나라 내 고향이 제일 좋더라고 하는데, 아마도 귀소본능 때문에 아닐까? 거친 세상을 살면서 무던히도 무지개를 찾다가 절망이라는 병만 얻는 게 대부분일 테니까 중국 우한 코로나라고 하면 중국인들이 화를 낸다. 사실임에도 이란은 자신들을 해치려고 적대국이 생화학 균을 퍼뜨렸다는 억지를 부린다.

이탈리아, 스페인도 지옥을 방불케 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을 위시한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예외가 없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생목숨이 우수수 떨어지는 절망의 시대이다. TV화면에 비친 코로나19 공포, 사재기 열풍을 보면서, 대구 경북으로 처음 달려갔던 의료인들의 넘쳐난 사랑은 우리만의 무지개였음을 알았다.

일찍이 ‘키르케고르’ 가 죽음에 이르는 가장 무서운 병이 절망이라고 했었는데, 스페인 요양병원직원들이 노인환자 십여 명을 죽게끔 내버리고 도망간 사례는, 인간임을 절망케 하고도 남았다. 꽃들은 반겨주는 사람들 없어도 반칙 없이 피었다가 지고 5월의 신록은 날로 짙어가며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한다. 아 눈부신 5월, 눈 들어 먼산 보며 행운의 무지개를 그려 본다. 고난을 통해서 인간의 선한 본성을 찾도록 염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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