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칼럼-‘스트롱 맨’ 시대가 도래 하면…
강남훈 칼럼-‘스트롱 맨’ 시대가 도래 하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23 15:3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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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
강남훈/본사 부사장·주필-‘스트롱 맨’시대가 도래 하면…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에 대해 글로벌 전문가 24명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전 세계가 두 달여 동안 ‘코로나 광풍’에 휩싸이면서 앞으로 불러올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진단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변화는 ‘거대한 정부의 진격’이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큰 정부’가 보편화되고,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스트롱 맨(strong man, 강력한 지도자)’이 세계 각지에서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셀라 체르네바 유럽외교협회 부회장은 “거대한 위기는 거대한 권력을 만들어낸다”며 “강한 신념으로 무장한 막강한 지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인류사회 각 분야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180도 달라진 세상에 적응할 채비를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구체적으로 본격적인 탈(脫)세계화(deglobalization)가 진행돼 각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시대가 열리고, 전시(戰時)수준으로 코로나 통제가 이루어지면서 헌법의 권한을 넘어서는 ‘거대정부’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본식 장기불황과 남유럽과 서유럽의 갈등으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유로존 위기, 중국의 위상변화, 강력한 포퓰리즘의 부상, 재택근무의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의 심화, 현(現) 20대의 장기실업난 우려, 치열한 지구온난화 논쟁 등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이 신문은 밝혔다.

이들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한국에선 곳곳에서 이러한 징후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선, 지난 4·15총선결과 비례대표를 포함해 전체의석(300석)의 과반을 훨씬 넘는 180석을 가진 ‘슈퍼여당’이 탄생했다. 제1야당은 불과 103석에 그쳤다. 선거 초반까지만 해도 여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여당은 압승했다. 코로나로 인한 ‘거대정부’의 탄생인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당선자(서울 종로)는 지난 17일 선거캠프 해단식에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내려갔더라면 이런 선거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며 “이번 선거의 최대 공적은 뭐니 뭐니 해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려야 옳다”고 했다. 그러나 여당 압승의 최대 공신은 ‘국민’이다. ‘국난극복’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 주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신(新) 포퓰리즘’의 확산도 벌써 시작됐다. 정부와 여당은 총선 전 소득하위 70%(1400만 가구)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키로 했지만, 이것도 표(票)를 얻는데 부족했는지 총선 기간 중 전 국민에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난 뒤 이 공약을 관철시키기 위해 야당과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지난달 중순부터 실업자에게 한 달에 최대 약 400만원의 실업수당을 지원할 수 있는 인상안을 의회와 함께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 손실, 소득불평등 등 심화된 양극화는 더 강력한 포퓰리즘을 양산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등한시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스트롱 맨’의 등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대구 수성을)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017년 대선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 즉, 미국의 트럼프, 일본의 아베,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등은 모두 스트롱 맨 들이다.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가 탄생되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별 주목을 받지 못했고, 그는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세계는 다시 ‘스트롱 맨’의 등장에 주목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추구해온 것은 “보수 진보 등의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를 떠나 ‘국익우선주의’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계가 ‘스트롱 맨 시대’를 맞는 시점에서 ‘겸손’, ‘유연’이라는 덕목이 국가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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