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불기(佛紀) 2564년 부처님 오신날
진주성-불기(佛紀) 2564년 부처님 오신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26 15: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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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불기(佛紀) 2564년 부처님 오신날

오는 4월30일은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오신지 2564년 되는 ‘부처님 오신날’이다. 예년 같으면 부처님 오신날을 며칠 앞둔 지금이면 사찰경내와 거리마다 오색찬란한 연등이 내걸리고 불을 켜면서 봉축 법요식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야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생지옥이 따로 없는 현실이 펼쳐지면서 불교종단협의회가 봉축행사를 윤사월 초파일인 5월30일에 거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부처님 오신날은 사상 처음으로 봉축행사 없이 지나가게 됐다. 대신 전국 사찰 1만5000여곳에서는 4월30일부터 ‘코로나 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한 달 기도를 시작한다. 모든 불교도가 기도를 통해 국난 극복을 위한 마음을 모으기 위함이다. 이는 국가적 재난으로 불리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한국불교의 결단이다.

비록 봉축행사가 열리지는 못하지만 부처님 오신날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을 기리는 날이다.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 아래서 태어난 석가모니 부처님은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일곱 걸음을 걷고는 ‘하늘 위아래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고통 받는 중생들을 편안케 하리라’는 게(偈)를 외쳤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번뇌와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또한 모든 생명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면서 자비의 정신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몸소 가르치기 위함이다.

우리사회는 물질은 지극히 풍요로워졌는데 정신은 갈수록 타락해 예와 도덕, 인성이 실추되고 있다. 인륜과 도덕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흔히들 말세라고 한다. 이 모두가 개인주의와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세태 탓이다. 세상이 혼탁한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가장 중요한 자비 정신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비 정신은 내면 깊이 잠재한 마음으로 어렵고 약한 자를 사랑하는 것이며, 자비로 사랑하는 것 또한 권유나 강조가 아니라 조건 없는 나눔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 우리단체만 챙기는 이기주의가 판을 치면서 부처님의 자비정신이 기댈 곳이 없어지고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의 진정한 의미는 이웃을 위한 지혜의 등불을 밝혀 소외받고 고통 받는 이들과 아픔을 나누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에 비록 봉축행사는 열리지 못하지만 우리 모두 마음의 등불을 켜서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온 누리에 함께 하기를 기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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