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시 생각해보는 5·18과 국민주권
기고-다시 생각해보는 5·18과 국민주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4.28 15:4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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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주무관
문성기/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주무관-다시 생각해보는 5·18과 국민주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흰곰이 사는 북극만 그런지, 어쩐지 내 주변은 선뜻 따뜻해지지 않는 것 같다. 주위가 모두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교과과정이 온라인교육으로 재편되는 바람에 등교하는 학생들로 떠들썩해야 할 거리나 학교가 텅 비고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들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잔인한 겨울의 시간이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추운 겨울 철지난 외투를 벗어던지고 봄옷을 입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봄의 완연한 도착을 늦추는 지도 모를 일이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간절히 바라면 간혹 이루어지기도 하겠지만, 확률적으로 더 높은 쪽은, 간절히 바라면 오히려 더디게 이뤄지거나 아예 응답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응답이 없으면 오히려 다행이지 응답이 있더라도 의도치 않은 엉뚱한 모습이거나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원치도 않았을 황당함인 경우, 그건 어디 하소연하기도 마땅치 않다. 하소연은 차치하고 그로 인한 괴로움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불만족 상태를 벗어나 간절히 원하는 어떤 새로운 형태를 갖추거나 변화를 꿈꾸고자 할 때, 그 길에는 예상치 못한 함정과 바람을 거스르고 언덕을 오르는 역경이 지나는 주변 곳곳에 놓여 있으리라 예측해야 한다. 기어코 그 길을 따라 바라던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거기엔 많은 고통과 희생도 각오해야 한다. 개인이건 사회가 됐건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내가 원하고 우리가 바라던 사회인가 하는 판단은 물론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경제적 여유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던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완벽한 사회는 없다. 또 때론 과거보다 나아지기도 하고 반대로 악화되기도 한다. 거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집주인이 집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집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듯이 집주인의 역할이 결코 적다 할 수 없다. 집주인이 집안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집에 녹도 슬고 먼지도 쌓인다. 터무니없이 도둑이 들기도 한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다면 집안의 주인은 비교적 분명한데 우리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들이하기에 좋은 신록의 계절 5월이 다가 오고 있다. 물론 어디를 가든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말이다. 지나 온 길을 되짚어 보면 우리나라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많은 희생과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 중에서도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으로부터 국민의 주권과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5·18 민주유공자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우리 모두가 꼭 기억해 나가야 한다.

눈이 녹고 봄꽃이 필 때면 망월동 5·18묘역 어딘가에서 누군가 바람결에 묻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변함없이 국민에게 있는지? 성숙한 민주사회를 위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지? 이름 모를 민주화 영령께서 우리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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