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모정(母情)
도민칼럼-모정(母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07 16: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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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모정(母情)

나는 어린 시절 농촌에 살면서 소나 돼지, 고양이와 개, 그리고 닭 같은 가축들의 사는 모습들을 보고 자랐다. 개나 소는 새끼를 낳으면 태를 먹어치워 흔적을 없앰으로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보였다. 혀로 새끼를 핥아대면서도 다른 동물들의 접근도 막는 것을 보았다.

토끼와 고양이도 새끼를 낳을 때면 자기 몸의 털을 뽑아서 새끼를 숨기며 다른 동물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하는 보호 습성이 있는 걸 본다. 며칠 씩 굶주린 야생여우나 들개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려고 사냥한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에게 던져주는 것을 TV다큐멘터리에서 보기도 한다.

새끼 사랑하는 동물의 어미 얘기가 나왔으니 닭의 눈물겨운 모성애도 얘기 하려 한다. 요즘은 농촌에서도 암탉이 알을 직접 품지 않고, 부화한 병아리를 농장에서 얼추 중병아리로 키운 것을 분양받아 키운다. 옛날에는 많이 키우는 집에서는 10여 마리 이상이었으며 대부분 열 마리 이하의 암탉에 한두 마리의 수탉이 집 안과 밖을 맘대로 돌아다니며 모이를 주워 먹고 자랐다. 어미 닭이 알을 낳을 때마다 저네들 나름대로 산란의 고통이 따를 것이다. 새끼를 부화하기 위해서 21일 동안 품는 번식본능을 보이는 모정은 실로 놀랍다. 어미 닭이 3주간의 알을 품는 기간에는 온종일 알만 품고 있다. 해 질 녘에 우리에서 나와 잠간 물과 모이를 먹고 다음날 같은 시간에 다시 부지런히 먹고는 알을 품다가 부화 2~3일을 남기고는 아예 밖에도 나오질 않는다.

보통농가에서는 설을 쇠고 난 후, 날이 어느 정도 풀린 봄에 병아리를 부화하게 한다. 부화한 병아리들이 어미 닭을 따라다니면서 어미가 흙바닥과 검불들을 후벼서 찾아 주는 먹이를 먹는다. 어미 닭은 모이를 먹지 않고 새끼들에게만 먹이는걸 보았다. 병아리가 알에서 깬지 보름 이상 된 놈들은 어미와 떨어져 멀리까지 갔다가 어미를 잃으면 삐악삐악 우는 소리에 어미 닭은 꼬꼬 신호음을 내며 새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어미 닭이 어쩌다 지렁이라도 발견하면 자기가 먹지 않고 꼬꼬고 신호음을 내서 새끼들을 불러와 먹이기도 한다. 새끼를 거느린 암탉은 개나 고양이들에게서도 목숨을 걸고 새끼를 보호한다. 병아리 옆에는 얼씬도 못 하게 했다. 네발 달린 포유동물들은 새끼들에게 젖꼭지만 물려주면 되었으나 암탉은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두 발로 흙을 헤비기도 하고 검불을 후벼 먹이를 찾으면 자기는 먹지 않고 새끼에게 먹이는 걸 봤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새끼를 기르고 보호하는 어미 닭을 누가 미련한 닭대가리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어미 닭의 고귀하기만 한 모정을 과소평가는 말아야 하겠다.

얼마 전 ‘인간극장’에서 자신은 굶주려 가면서도 주인에게 얻은 고깃덩이를 먹지 않고, 새끼들에게 물어다 주는 고양이의 모정도 처음 봤다. 나의 맘을 심하게 요동치게 했던 장면이었다. 가축을 오랫동안 사육하기도 했고 가까이에서 보아 왔던 포유동물들의 새끼 양육하는 습성도 우리들의 어머니의 모정을 방불케 한다.

봄을 맞으면서 친구가 카톡으로 보내준 동영상은 마당 텃밭 울타리 아래에서 암탉이 노란 병아리들을 데리고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몇 번이나 돌려 보기도 했다.

더위가 절정이던 한 여름 삼복기간에 아내가 끓여 주던 삼게 탕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먹었었다. 고귀한 어미 닭의 모정과 희생정신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치킨이나 삼계탕을 먹었지 않았는가. 이번 삼복더위 때는 새끼 사랑하는 어미 닭의 모정과 고귀한 어머니의 자식 사랑하는 모정도 함께 음미하며 먹으리라.

동물들은 어린 새끼를 목숨을 걸고 보호한다. 그러나 다 자라면 절대로 보호하지 않는다. 자라서 사냥 법을 익힐 때가 되면 독립을 시킨다. 요즘 사람들은 다 자란 자녀들에게 늙어 죽을 때까지 시달림을 받고 있다. 성장한 자식들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아야 할 것 같다. 우리 인간도 동물들의 위계질서를 보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끼를 키우느라 야위어진 어미고양이가 새끼에게 고깃덩어리를 물어다주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의 사랑, 고귀한 모정이 나의 뇌리를 오랫동안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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