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텐트·포장마차·아파트
칼럼-텐트·포장마차·아파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11 16:1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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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텐트·포장마차·아파트

요즘 캠핑이 유행이다. 사람들은 왜 놀러가서 민박이나 모텔에 묵지 않고 굳이 텐트를 택하는 것일까? 경비를 절약하려는 계산도 있지만 바로 땅이다. 텐트를 치고 그 속에 머물면 그 순간은 땅과 함께 있는 것이다. 왠지 모를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바로 고향의 맛이다. 우리의 고향은 바로 땅인 것이다. 인간의 몸과 영혼은 태곳적부터 내려온 향수(鄕愁)라는 것이 배어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땅에 대한 향수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늘 땅을 그리워하고 있다. 텐트 속에 있으면 그런 의식이 발동해 평화를 느끼는 것이다. 텐트의 이점은 바로 이것이다.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땅의 기운을 가까이 접하는 활동 중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땅과 가까이 있으면 땅의 기운을 흠뻑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민박이나 모텔에는 이런 장점이 없다.

우리는 도심에 있을 때도 종종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다. 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 고급술집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바로 땅은 어머니의 품속과도 같아서 이다. 그래서 편안하면서도 자유롭다. 텐트나 포장마차에서 머무는 것은 땅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발바닥에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땅의 기운을 직접 받으면서 한잔 쭉 들이키는 낭만을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텐트에서 머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이런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포장마차에라도 가끔 들러서 정다운 친구와 환담을 나누는 것도 낭만이다. 이도저도 잘 안되면 산책이라도 해야 한다.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는 운동은 근육질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산책은 땅의 기운을 흠뻑 받기 때문에 정신을 맑게 하는 청량제 효과가 증대된다. 판잣집, 움막, 오두막, 텐트, 천막집, 허술한 문간방 등은 오래 머물 곳은 아니지만 땅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아파트생활을 선호하는데 편리함 때문이다. 그런데 아파트에서는 땅의 기운을 직접 받을 수가 없다. 아파트에 살면 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에 항상 이러한 단점을 보충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땅의 기운이 부족하면 몸에 비타민이 부족한 것보다 더 기력을 쇠하게 한다. 아파트는 생존에 편리할 뿐이다. 아파트에는 배산임수도 좌청룡 우백호도 없다. 아파트는 음의 기운(즉 땅의 기운)이 없는 곳이므로 땅을 자주 밟아야 한다. 아파트는 집으로서 필요조건(사회)은 갖추었으나 충분조건(자연)은 갖추지 못했다. 아파트의 실내를 꾸밀 때는 지나치게 밝은 것보다 고풍스럽고 차분하게 꾸미는 것이 좋다. 벽에 거는 그림은 요란하거나 조악한 것보다는 풍경화나 동양화, 붓글씨 작품 등이 좋다.

우리는 풍수조건을 두루 갖춘 자연의 좋은 터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 지금은 아파트에서 살지만 언젠가는 땅을 직접 밟으면서 전원에서 살리라는 꿈을 간직해야 한다. 하늘은 끝없이 높고 대지는 광활하며 산천은 아름다운 곳이다. 산을 등지고 연못을 바라보는 곳, 풍수학자들은 이런 곳을 선호한다. 인간은 연못 앞에 있을 때 아늑함을 느낀다. 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은 담겨 있지 않으면 혼란을 의미한다. 우리가 벌판을 지나다가 연못을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그곳에 잠시 서서 바라본다. 이것이 연못의 신비한 기능이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버팀목이자 기댈 곳이다. 자식에게는 아버지가 든든한 배경이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보호 아래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무릇 모든 생명체는 기대고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야외에 놀러 가면 왠지 등 뒤가 막힌 곳에 앉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사람은 누구나 뒤가 불안한 것이다. 밤길을 걸을 때는 뒤쪽이 신경 쓰이는 법이다. 뒤쪽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항상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 행복이란 눈앞에 무엇이 있기 전에 배경이 든든해야 비로소 가질 수 있다. 배산(背山)은 든든하고 임수(臨水)는 시원하다. 이렇게 되면 음양의 조화를 갖춘 것으로 영혼은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 사람이 순한 산에 머물면 순해지고 강력한 산에 머물면 강해지는 법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람의 특징이 달라지는 것이다. 인간의 삶도 결국 자연의 큰 흐름의 일편이다. 풍수에서도 ‘나비 효과’를 중시한다. 자그마한 단서가 범인을 잡아내고, 깃발 하나가 군대를 승리로 이끌고, 아내의 미소가 남편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 남강둔치에 산책하러 나갔더니 텐트를 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고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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