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질투
아침을 열며-질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12 15: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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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질투

불가에서는 여자가 질투를 하면 독사가 된다고 했다. 주변관찰에 남자도 질투가 사납기는 여자못지 않은데 질투를 마치 여자만 하는 듯한 말투가 걸쩍지근하기는 하지만 질투하는 사람을 독사에 비유한 건 십분 공감되는 말이다. 개신교에서 최초의 살인은 형인 카인과 그의 동생 아벨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것으로 이야기된다. 아버지가 동생 아벨을 더 사랑한다고 질투한 형 카인이 그 동생을 죽였다고 전한다. 그것도 비겁하게 뒤에서 돌로 쳐서 살해한다.

독사는 무섭기는 하지만 내게 덤비면 돌로 쳐서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형상을 한 독사는 질투라는 독을 내게 뿜으면 죽일 수도 없고 고스란히 당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 질투하는 걸 그대로 당하면 너무 괴롭고 함께 대적하자니 참 지저분한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질투라고 하면 ‘씨앗싸움’에 이르러 절정일 것이다. 연인을 사이에 두고 두 연적의 대적이고 보면 아무도 못 말릴 일이다. 오죽 치열하면 씨앗싸움엔 돌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한다.

남녘의 항구도시에 사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부자를 소원했다. 부자만 되면 아무 부러울 것이 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리고 어찌어찌 해서 부자가 되었다. 웬걸, 어릴 때부터 지내던 절친이 실력을 인정받는 화가가 되었다. 그녀도 항구도시 한 귀퉁이에 있는 대학의 시간 강사자리를 손아귀에 넣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음은 더 불행해져버렸다. 이에 그녀는 친구들을 거의 매수하고 규합해 절친을 왕따 시켰다. 그녀는 더 불행해져 우울증에 걸려버렸다.

그녀의 아버지는 남도에서 만 석지기 부자였다. 그녀는 막내로 태어난 것이 아쉽고 약이 올랐다. 위로 언니 오빠가 자그마치 아홉 명인데 그들보다 더 잘 살아야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부동산 투기로 땅을 샀다. 땅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이 올랐다. 부잣집 딸이니 땅을 사는데 뭔가 다른 노하우가 있는 줄 알고 다른 사람들도 돈을 맡겼다. 그녀는 더 많은 땅을 샀다. 부도가 나고 파산을 했다. 그녀는 실패가 어디서 왔는지 알지도 못한 채 투신했다.

그는 늘 형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자신은 공부를 잘 못해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한 반면 형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했다. 시골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그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형의 하숙집에 모셔다 놓고 잠적해버렸다. 형이 직장일과 어머니 돌보기로 지쳐가는 사이 집안 재산을 몽땅 팔아 날라버렸다. 형은 직장에서 업무소홀로 쫓겨나 시골로 돌아갔지만 살 집도 먹을거리도 없었고 그는 시골에 나타나지 않았다.

시기질투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치명적이다. 우선 다정함과 선량함을 상실하게 된다. 다정함과 선량함은 실은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재산이다. 상대방이 내게 불친절하면 얼마나 서운한가. 반면에 누군가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면 마음이 얼마나 흐뭇한가 말이다. 시기질투가 가장 사악한 것은 편 가르기를 한다는 것이다. 편 가르기, 그것은 죄악이다. 그것은 외로움의 어머니이다. 스스로 외롭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정함과 선량함을 회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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