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편견과 선입견의 세계를 파괴하라
세상사는 이야기-편견과 선입견의 세계를 파괴하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17 15:0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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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남용/거창경찰서 아림지구대 경위
문남용/거창경찰서 아림지구대 경위-편견과 선입견의 세계를 파괴하라

편견과 선입견의 공통점은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이다.

그리스 신화에 ‘프로크루테스의 침대(procrustean bed)’ 라는 이야기가 있다.

프로쿠루테스라는 강도가 행인을 집으로 끌고 와 침대위에 강제로 눕힌다.

키가 침대보다 큰 사람은 발과 머리를 잘라 죽이고, 작은 사람은 침대 길이만큼 잡아당겨 죽였다.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는 그를 똑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프로쿠루테스의 침대는 혼자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모든 것을 판단하고 처리하는 걸 풍자한 말이다.

‘우물 안 개구리’가 위험한 이유는 자기 세계가 전부인양 착각하는 모순에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말만 가려들었던 리더는 성공하지 못했다.

불편한 진실은 외면·왜곡하고 이미 짜 놓은 틀에 맞지 않으면 배척했기 때문이다.

편견·선입견이 만든 오만한 자기 합리화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무너뜨린다.

그 자리에는 차별과 특권이라는 바이러스가 소통을 막아 불신과 갈등 사회를 조장한다.

극단적 사고, 반칙에 익숙하면 위기인줄 모르고 죽어가는 따듯한 냄비 속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다.

세 명의 여자 종업원이 있었다.

쉬는 날, 두 명은 함께 교외로 드라이버를 갔고 한 명은 하루 종일 가게에 머물렀다.

외출에 돌아온 한 종업원의 지갑과 노트북이 없어졌다.

당연히 피해자는 혼자 남아 있었던 여성을 의심했다.

그러나 수사결과 범인은 예상을 깨고 같이 간 여성으로 확인됐다.

교도소에서 출소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절도 전과자가 처음 만난 사람과 합석해 둘이서 술을 마셨다.

동석한 남성은 늦은 밤, “휴대전화 두 대중 한 대가 없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필자는 그 전과자를 직접 수사한 경험이 수차례 있었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로 봤다.

그 전과자는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의심은 쉽게 줄지 않았다.

하지만 술에 취한 남자가 잠시 집에 갔다가 휴대전화를 놓아 둔 것을 오인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섣부른 예단으로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인권침해’의 가해자가 될 뻔 했다.

‘여러 가지 가능성’과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계기가 됐다.

적절한 균형 감각이 무너지면 진실을 보는 눈을 잃게 돼 오판(誤判)하기 쉽다.

헤르만헤세는 데미안에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안녕은 편견의 세계에서 벗어나는데서 시작 된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집안에서부터 프로쿠루테스의 침대를 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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