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가시소동
도민칼럼-가시소동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18 15:5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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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선/시조시인·작가
강병선/시조시인·작가-가시소동

아내가 부엌에서 생선을 굽는 모양이다. 전어 굽는 냄새에 보따리 싸들고 집나가던 며느리가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아직은 전어 철이 아니라 전어는 굽지 않은 것 같은데 내 코를 자극했다. 전어 굽는 냄새보다 더 진한 것 같다.

식성이 나이가 들면서 변화가 된 것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구와 식성을 얘기 할 때는 육 해 공군 중에 어디에 속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는 육군이라고 답하곤 했다. 말하자면 육(陸)은 네발 달린 고기를 말 한 것이며 해(海)는 물고기를 말 하고 공(空)은 날개가 달린 고기를 말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는 오랫동안 돼지삼겹살이다. 친구를 만나고 술자리를 할 때도 횟집을 간다거나 얼큰한 생선매운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친구가 있다. 내 맘속에는 항상 삼겹살 구이가 떠나질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식성도 변해 가는가 싶다. 생선 굽는 냄새가 왜 그리 좋은지 침샘을 마구 자극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다시 돌아오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 아내가 들고 온 밥상에 노릇노릇 구워진 조기 새끼 두 마리가 밥맛을 돋운다. 아내와 단 둘이 먹는 밥상이니 천천히 조심조심 먹는데도 가시가 목구멍에 걸렸다. 전에도 가끔 잔가시가 목에 걸릴 때가 있었다. 혀를 안쪽 천장에 밀착시키고 목구멍을 움직거리면 어지간한 가시들은 다, 목안에서 입 밖으로 나왔었다. 어쩌다 잘 나오지 않을 때는 물이나 국물을 꿀꺽 삼키면 내려가곤 했다. 이 날 저녁은 좀처럼 넘어가지를 안했다. 거친 김치도 먹어 보고 물도 마셔보지만 내려가지 않겠다고 버티고만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식초를 삼켜보라. 계란노른자를 먹어보라하고 또 설탕물을 마셔보라 했다. 그리고 큰 가시가 아니라면 병원에 가지 않고 2~3일 있으면 그냥 넘어가버리게 된다했다.

그 중에 설탕물을 마셔 보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되어 설탕물을 마셔 보았다. 완전히는 넘어가지 않고 침을 삼키고 할 때는 느낌이 온다. 아주 조그만 실가시가 걸려 넘어가지 않고 나를 골탕을 먹였다. 새끼손가락 끄트머리 쪽에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시가 박혀 있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은 가시를 빼내버려야 맘이 편치 않던가. 느낌은 크게 불편하지 않기에 자고 나면 괜찮겠지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젯밤에 그대로였다. 아내는 어서 병원에 다녀오라고 한다. 이까짓 일로 병원엘 가야 하느냐 시간이 가면 괜찮아진다고 했더니 삽으로 막을 일을 삼태기로 막게 된다고 빨리 병원에 가라고 성화다. 아내도 생선가시가 걸려 병원에 갔더니 앙하고 입을 벌려 보라 하더니 순식간에 빼내버리더라는 것이다.

아내의 성화에 동네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곧장 큰 병원에 가보란다. 겁이 벌컥 난다. 왜 큰 병원으로 가라합니까? 했더니 가시가 너무 안쪽으로 박혀 자기 병원에서는 장비가 없어 꺼낼 수 없다고 했다. 하늘이 노랗다. 벌벌 떨면서 버스를 타고 큰 병원에로 가는 동안에 별 생각이 다 났다. 누구 보다 자신이 잘 아는 것이 아닌가. 자기 병은 자기가 웬만한 큰 병이 아니 다면 판단 할 수 있지 않은가. 아니다 이 대로 방치 했다가는 염증이 생기고 다른 병으로 발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는 사이에 큰 병원에 도착 했더니 진료실 앞에는 인산인해다. 동네병원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던 환자가 너무 많다. 2시간 가까이 기다렸나 싶다. 의사가 의자에 앉고 입을 벌리라고 한다. 곧바로 “됐습니다”고 한다. 가시를 뺐습니까? 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빼낸 가시를 보자 했더니 옆에 기구대를 가리킨다. 핀셋에 붙어 있는 눈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실가시가 마치 작은 고추가 맵지 하면서 핀 센트에 부축을 받고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영구와 땡칠이는 사람들이 먹고 버리는 생선대가리와 가시들만 평생을 먹고 살아도 가시가 걸려 병원에 간적이 없더라. 하고 비웃는 것 같았다. 정말 순식간이다. 의자에 앉아서 입을 벌리자마자 빼 내버린 것이다. 흔히 우리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생각 보다 빠를 때를 눈 깜짝할 새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정말 0.1초 만에 가시와의 전쟁은 끝나버린 것이다.

영세한 동네병원들은 파리를 날리고 있지만 큰 병원들은 환자들이 넘쳐난다. 장비만 갖춰져 있다면 얼마든지 동네병원에서 해결 할 수 있는 것들을 몇 시간씩 멀리까지 찾아가 시간을 허비 하는 불편이 있다. 목에 걸린 가시를 빼내기 위해 얼마나 불편을 겪었는가. 동네 병원에 장비만 있었더라면 잠간이면 해결 했을 문제를 아침 일찍부터 오전 시간을 허비를 했다.

그러고 보니 눈에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느다란 실 가시와 하룻밤 하루 낮 동안 씨름을 했으니 쓴 웃음만 웃을 일이 아닌 실 가시와 벌인 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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