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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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19 16: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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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태/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

이노태/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가로등


허리는 곧게 펴고 절도 있게 머리를 숙여 도열해 있는 가로등을 사열하면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그곳에 있었는데, 간혹 전구수명이라도 되어 불이 켜지지 않으면 비로소 우리는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해가지고 뜨는 자연 현상처럼 켜졌다 꺼졌다 해왔으니, 여간 주의를 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이유로 가끔은 고장을 일으키는 가로등에 게 따뜻한 눈길을 한 번씩 주자.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 낮에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밤으로 연장되면서 사회는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가로등이 인류문명이 발전해온 통로를 개척해 왔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인체에는 혈관이 있어 그 속을 흐르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필요한 영양소를 손끝에서 머리끝까지 공급한다. 도로는 한 국가의 혈관에 해당하고, 그런 도로가 보다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는데 가로등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물리적 속도로부터도 잠시 비껴선 듯하다. 도시의 거리는 물론 혼잡했던 도로들도 한산해지면서 주위의 모습을 세심하게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들도 있다. 아마 비어있는 밤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로등 덕분일 거다. 사람들의 생산이나 소비활동이 줄면서 미세먼지나 탄소배출량이 비교될 정도로 줄었고, 야생동물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지구촌 뉴스를 접하면서, 사람은 반자연적인 동물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함양군청에서는 가로등관리 업무를 민원봉사과에서 담당한다. 함양군이 ‘밝고 안전한 함양 만들기’를 위해 읍면 가로등 확충사업을 지난 3월 완료했다. 약 5억원의 예산을 들여 520여개소를 신설하였는데, 현재 함양군에는 5900개 정도의 가로등이 있다. 2명의 전담인력이 매일 새로운 가로등을 설치하고 고장수리를 하면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한 가로등마다 관리번호가 있는데 전산자료를 통해 가로등 위치 사진부터 유지관리 이력을 한 번에 확인이 가능하다. 함양군은 앞으로도 현지여건과 주민불편 정도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가로등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주택가 가로등의 경우 눈부심으로 인해 잠을 못 잔다고 가로등을 철거해달라는 요구가 적지 않은데, 어두운 골목길을 훤하게 비춰 통행하기에는 편해졌지만 근처 창문을 가진 주택에서는 항의를 해온다. 이때는, 창문 쪽으로 빛이 가지 않도록 가림막을 하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철거하기도 한다. 농경지주변 가로등도 마찬가지인데, 가을이 되어도 농작물이 웃자라기만 하고 결실이 되지 않는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낮 동안 활동하고 성장하던 동식물들도 밤에는 휴식이 필요하고, 열매를 살찌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로등 신설은 세심하게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함양군 민원봉사과에서는 가로등에 사용했던 전구와 부속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함양군이 하고 있는 일들 중에 극히 일부분이지만 기록이자 역사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평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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