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진주성-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20.05.31 15:4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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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진주 여래사 주지·전 진주사암연합회 회장-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지난 5월30일은 음력 윤사월 초파일 이자 불교계가 봉축행사를 통해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개최한 날이다. 원래 부처님 오신날은 4월30일로, 이날 봉축행사를 했어야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불교종단협의회가 봉축행사를 윤사월 초파일인 5월30일에 거행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부처님 오신날은 때 아니게 두 번이나 치르게 된 셈이 됐다.

노납의 여래사를 비롯해 전국의 사찰에서는 윤사월 초파일을 맞아 봉축행사를 열고 사찰경내에 오색찬란한 연등을 내걸고 불을 켜면서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셨음을 축하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의 무우수 아래서 태어나시면서 손으로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일곱 걸음을 걷고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게(偈)를 외치셨다. 이 게를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혹자들은 부처님의 이 거룩한 가르침이 간혹 절대자적 성향이나 자만을 상징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유아독존’의 ‘나’는 부처님 개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천상천하’에 있는 모든 개개의 존재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모든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존귀한 실존성을 상징하고 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온 뜻은 바로 이를 깨우쳐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고 인간 본래의 성품인 ‘참된 나(眞我)’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부처님께서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스스로 부처의 성품, 즉 불성(佛性)을 갖추고 있음을 찬탄하신 말씀인 것이다. 부처님의 위대함이 아니라 세상 모든 생명의 위대함을 선언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오신 참뜻이 바로 이처럼 모든 중생이 부처의 본성을 가진 평등한 존재임을 선언하신 데 있다. 번뇌와 고통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또한 모든 생명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면서 자비의 정신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몸소 가르치기 위함이다.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엄청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때, 우리는 연기(緣起)와 상생의 가르침을 펼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의 거룩하고도 크신 뜻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하겠다. 코로나의 조기 극복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 고통 받는 이웃에 사랑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이 어려움의 시간을 함께 이겨내자. 그것이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진정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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